[시론/곽태원]올 세제개편 구호는 요란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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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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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제개편안은 크게 네 가지 목표를 내걸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했다. 일자리 창출, 서민 지원, 지속성장 지원, 그리고 재정건전성 제고이다.

비교적 내용이 있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개편안이다. 핵심은 고용창출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투자를 고용과 연결시킨 변형된 투자세액공제제도를 등장시켰다. 이 제도는 개편안의 제일 앞자리에 내세울 만큼 정부가 자신 있어 하는 듯하다.

그러나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특정한 투자에 따른 고용인지를 판별하는 일이 쉽지 않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제도가 암시하는 경제의 방향이다. 이 제도는 분명하게 노동집약적인 산업을 우대하고 그러한 방향으로의 투자를 장려하는 효과가 있다. 고령화 사회로 갈수록 일하는 사람의 생산성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는 거꾸로 가는 방향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투자를 고용과 연결해서 지원하므로 고용창출에 더 기여할 수 있지만 설비투자는 훨씬 적게 하는 서비스업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수도권 밖에서만 적용하는 내용도 고용창출효과를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서민 지원 대책은 기대를 가지고 살펴보았는데 정말 공감이 가는 내용을 찾기 어려웠다. 하나를 뽑으라면 일용근로자의 원천징수 세율을 낮추어 주겠다는 방안이다. 일당 10만 원을 받는 일용근로자에게 2000원을 지원하는 효과가 있다. 조세를 통해 서민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누구보다도 세제실의 공무원이 잘 안다. 전체 근로자의 거의 절반이 소득세를 전혀 부담하지 않는다. 개인 사업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세금 감면을 통한 지원의 혜택은 결국 중간 이상의 계층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애매하게 농어민 중소상공인 중소기업 지원 이야기나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지속성장 지원에서는 연구개발(R&D) 지원을 내세우지만 이제는 R&D 지원의 효율성을 따져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다만 R&D의 경우 서민 지원과는 달리 예산에서 직접 지원하기보다는 조세유인을 통해서 지원하는 방안이 더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속성장 항목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다자녀추가공제 확대라고 본다. 금년의 세제개편안에서 그래도 중장기적, 전략적 시각에서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이다. 물론 공제 확대안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저출산의 문제는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전략적 주제라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재정건전성의 문제는 당장의 현안이기도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더 중요해진다. 이를 비과세 감면의 축소와 세원탈루 방지라는 수단으로 대응하는 의도는 그야말로 임기응변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요컨대, 금년의 세제개편안이 다루는 항목 수는 많지만 정작 중요한 이슈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해마다 대폭적인 세제개편을 할 필요는 없다. 많은 부작용과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그러나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고 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근본적인 세제개혁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는 생각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 지난 정권에서 넘어온 부동산 관련 세제를 정상화하는 숙제는 더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누구나 이야기하고 있는 고령화와 통일 등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조세와 재정의 근본적 개혁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가 무르익어 있다고 본다.

곽태원 서강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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