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의 도덕성 수준과 정권 재창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5일 03시 00분


8·8개각에 따른 국무총리,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면서 이명박 정권의 도덕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2년 반 동안 고위 공직자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후보자들의 도덕성 흠결이 지탄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정도가 더 심하다고 많은 국민이 느끼는 것 같다.

10명의 인사청문 대상자 가운데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논문 표절 또는 중복 게재, 자녀 국적 문제, 부적절한 금전 거래 같은 대표적인 비리 의혹 한두 가지에 연루되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의혹에만 그친 경우도 있지만 위장 전입이나 세금 탈루처럼 법 위반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경우도 많다. 후보자들은 청문회에서 “잘못됐다” “죄송하다”는 말을 되뇌고 있다. 투기성이 짙어 보이는 부동산 거래도 한두 건이 아니다. 이들이 청문회 절차를 통과하더라도 국정을 수행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청와대는 지난해 7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스폰서 문제로 낙마했을 때 인사검증 시스템을 강화하고 흠 없는 사람을 가려내는 데 인사의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더는 인사검증 문제로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1년 전의 약속이 말뿐이었음을 국민은 지금 확인하고 있다. 위장 전입 문제만 하더라도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 ‘재산 증식을 위한 것은 안 되지만 자녀 교육과 관련한 것은 봐준다’는 게 청와대 내부의 기준이었다. 국민의 일반적인 법 감정과는 거리가 멀다. 이 대통령이 내건 ‘공정한 사회’ 구현과도 어긋난다. 지난 10년간 위장 전입으로 처벌받은 국민이 5000명이 넘는다.

이 대통령은 그제 “인사 추천을 그때그때 기준에 따라 해서는 안 된다”면서 “좀 더 엄격한 인사검증 기준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지금까지 뚜렷한 원칙과 기준 없이 인사를 했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검증 절차를 거치긴 했지만 사람에 따라 기준이 오락가락했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국민의 인식과 동떨어진 인선을 자주 한 탓에 이 정부가 총체적으로 도덕불감증에 걸렸다는 소리까지 듣는 것 아닌가.

현 정권에 대해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을 더는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개탄까지 나온다. 문제는 이런 실망감이 현 정권에 대한 평가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국민의 뇌리에 ‘보수정권=부도덕’이라는 인상을 깊게 할 우려가 높다. 그렇게 되면 정권 재창출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인사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다면 이번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보자들부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임명 또는 탈락을 결단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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