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송재희]대기업이 돕지 않으면 中企못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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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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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은 세계교역 규모가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도 수출국 톱10에 진입했다. 뉴스위크는 한국을 세계 베스트 국가 15위로 선정했다. 하루가 다르게 주변 환경과 기술이 발전하는 상황에서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세계 일류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그 가운데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문제도 있다고 생각한다.

돌이켜 생각해보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과 불공정거래 문제는 꾸준히 이슈화됐다. 상생법, 하도급법 등 관련 법규를 많이 정비했고 대기업에도 공정거래에 관한 인식이 확산됐다. 협력 중소기업을 충분히 지원한다고 생각하는 대기업은 사회적 파장에 당혹스럽고 억울해할지 모른다. 그런데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상 처음으로 8·15 경축사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문제를 거론한 이유를 얼마만큼 생각해 보았을까.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불공정거래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의 근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원가절감 및 기술혁신에 따른 기대성과의 대부분을 대기업이 독식한다는 데 있다. 과거에는 장기어음 지급, 외상거래와 같은 납품결제 애로, 위장 중소기업 설립, 구두발주 후 취소 등이 주요 불만이었다면 지금은 불합리한 납품단가 결정구조, 무차별적인 중소기업 사업영역 침투, 기술탈취가 주류를 이룬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거래는 B2B의 관계이다. 대기업의 정당하고 공정한 대우가 꼭 필요한 이유다. 중소기업은 사업체의 99%를 차지하며 일자리의 88%를 책임진다. 튼튼하고 건강한 중소기업의 발전이야말로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논의에 대하여 시장경제에 배치된다면서 대기업 때리기라든가, 포퓰리즘, 나아가 좌파적 사고라고 폄훼하는 듯한 일부 견해에 아쉬운 점이 많다. 1년에 수십만 개의 중소기업이 퇴출되고 새로 창업된다. 중소기업만큼 충실한 시장경제의 주체자는 없다.

그러나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수요자인 대기업은 하나이고 공급자인 중소기업은 부지기수다. 애초부터 다수자 수요와 다수자 공급이 지배하는 시장경제 생태계가 형성되지 않았다.

중소기업의 기술혁신 도모와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를 3년 전에 폐지한 결과는 어떠한가. 대기업은 대기업슈퍼마켓(SSM)의 골목시장 장악뿐만 아니라 내비게이션, 공구, 자판기 운영업, 막걸리 등등 문어발식 사업확장으로 회귀하고 있다. 대기업도 경쟁적으로 상생협력 방안을 내놓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호소하는 본질에서 많이 떨어진 듯하다. 이달 말에 있을 정부의 종합대책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건전한 기업생태계를 위한 시스템적 접근이 되어야 한다. 공정한 룰이 지배하고 상호신뢰의 토대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손잡고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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