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구자룡]中, 사랑 못받는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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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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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각부가 올해 2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을 추월했다고 16일 발표하자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경제대국 중국이 어떻게 하면 세계의 사랑을 받을 수 있나’라는 사설을 실었다. 그러자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사랑 못 받는 거인’이라는 제목으로 사랑을 못 받는 이유를 조목조목 짚어 눈길을 끌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세계 제2위 경제대국이 됐다지만 국제사회의 존경과 호감을 얻고 있는가”라고 묻고 “국제사회는 물론 오랜 친구로부터도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 신문은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상을 찾아내 세계에 전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 이후 중국은 이미 낙후한 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세계에 보여줬지만 중국을 받아들이고 친밀하게 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라고 덧붙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에 대해 “글로벌타임스가 문제점만 지적하고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지 못했다”며 “국내외적으로 구체적인 행동과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충고했다. 중국은 최근 이미지 개선을 위해 50인의 자랑스러운 중국인을 통한 이미지 광고도 만들었다. 하지만 외교적으로 국제사회의 ‘부랑자 국가(pariah)’의 옹호자를 자처하고 국내적으로 경제적 성장에 걸맞은 정치적 개혁이 따라주지 못해 국제사회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랑자 국가’로는 북한 이란 미얀마 그리고 짐바브웨를 들었다. 국제사회의 여론에 도전해 핵무기를 개발하는 북한에 중국은 원유 식량 등을 지원하고 천안함 사건 이후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을 비난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서해 한미 연합훈련은 중국에 위협이 된다는 논리를 펴 북한과 국제사회 간 문제를 중국과 미국 문제로 전환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북한에 방패막이가 돼 주었다고 신문은 비판했다.

이란에 대한 제재에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태도로 동의하는 척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은 또 아웅산 수치 여사를 수년째 가택 연금하고 있는 미얀마 군사정부나, 짐바브웨를 30여 년간 철권통치하는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내부적으로는 권력이 공산당 소수의 손에 장악되어 있고, 하루가 멀다 하고 인권 문제가 터져 나온다고 신문은 비판했다.

중국이 미국에 이어 1등 국가가 될 것이라는 책 ‘중국의 꿈(中國夢)’을 쓴 국방대 류밍푸(劉明福) 교수는 중국이 추구하는 질서는 국가 간에 일방적인 이익착취나 강요가 아니라 각국의 동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패권 국가들과 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중국의 부상에 따라 멀고 가까운 나라와의 마찰음이 적지 않다. 베트남 등 아시아 주변국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에서도 ‘반중국 정서’가 커진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환추시보는 미국과 베트남의 연합 군사훈련으로 양국과 마찰을 빚는 것은 ‘중국의 굴기(굴起·떨쳐 일어남)의 결과이자 대가’라고 스스로 진단했다. 우젠민(吳建民) 전 외교학원 원장은 “중국에서 대국주의 사상이 고개를 드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경제 제2위 대국’ 중국을 보면서 중국이 국제사회로부터 경계보다 박수와 환영을 받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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