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구]‘착시’ 알면서도 통계 발표한 고용부의 무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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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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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올 들어 여성고용률이 빠르게 회복돼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19일 배포했다. 지난달 여성고용률은 49.1%로 지난해 같은 기간(48.5%)과 비교해 0.6%포인트 상승했고 이는 경제위기 전인 2008년 7월 49.4%에 근접했다는 것이다. 고용부 발표는 수치는 맞지만 문제가 있다. 국내 여성고용률이 점점 좋아지는 것 같은 착각을 주기 때문이다. 여성고용률은 최근 10년 이래 2007년 연평균 48.9%로 정점을 찍은 뒤 2008년 48.7%, 2009년 47.7%로 해마다 줄고 있다.

물론 이는 연평균. 월별 등락은 더 심하다. 지난해만 해도 여성고용률은 1월 46%에서 계속 상승해 6월에는 49%까지 올랐으나 등락을 거듭하다 연말에는 45%대로 추락했다. 수치 차이는 있지만 해마다 여성고용률은 상반기에는 상승하다가 여름을 고비로 다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인다. 올해도 그렇다는 보장은 없지만 예년 추세를 보면 고용부가 이날 발표한 여성고용률은 하반기 추락하기 직전 가장 높은 시점에 나온 것이다.

계절적, 사회적 요인으로 변동이 심한 월별 통계를 기준으로 고용률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것은 마치 숲이 파괴되는 것은 빼고 그 숲 속 나무 한 그루의 성장률만 말하는 것과 같다. 모르는 사람들은 이 나무만 보고 숲의 모든 나무가 다 잘 자란다고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는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평년보다 낮았기 때문에 조금만 좋아져도 통계적으로는 훨씬 더 많이 증가한 것처럼 보인다.

이런 상황은 고용부가 거의 습관적으로 실업률 취업률 등 중요 경제지표를 ‘전년 동기 대비’라는 틀로 비교하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변수가 없는 평년에는 무리가 없지만 경제위기가 발생한 이듬해에는 대부분의 지표가 기저효과(基底效果) 때문에 실제보다 부풀려서 나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국민은 늘 ‘정부는 지표가 좋아졌다는데 체감경기는 왜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의문을 품는다.

물론 정부 부처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좋아지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라면 국민이 실상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해줘야 하지 않을까. 이번 자료에 ‘여성고용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조금 상승했지만 전체적으로는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고용률은 하반기에 감소하는 특성이 있어 이번 비교가 전체 고용률 상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내용이라도 있었다면 정부 발표를 보고 착각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다.

이진구 사회부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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