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09조 빚덩이 LH공사의 1000억 성과급 잔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0일 03시 00분


지난해 10월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통합해 출범한 LH공사는 109조 원의 빚을 지고 하루 100억 원의 이자를 물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부실 공기업인 이 회사는 1062억 원의 성과급을 연말까지 직원들에게 줄 계획이다. 이 가운데 940억 원은 이미 지급했다. LH공사는 지난해 공공기관 평가에서 상위 두 번째 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 회사 측은 “공기업의 성과급은 공공기관 평가결과에 따라 회사별로 차등화해 주는 상여금으로 사실상의 급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채덩어리 공기업이 A등급 평가를 받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재정 형편이 최악인 상황에서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것은 국민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방만 경영의 전형이다.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 따르면 LH공사는 2012년까지 직원 규모를 5600명으로 줄이도록 돼 있다. 작년 통합 당시 6923명에서 1300명 이상 감축해야 하는데도 지금까지 178명밖에 줄이지 않았다. 구조조정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회사 통합 이후 남는 인력 가운데 250명은 국내외 대학이나 연구원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시간외 수당을 제외한 월급 전액과 별도 연수비를 1인당 최고 7800만 원까지 수령하고 있다. LH공사 경영진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모양이다.

LH공사는 통합 당시 “국민에게 신뢰받는 청렴 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은 공기업 선진화의 시금석이자 그 완성을 위한 새 출발”이라며 공기업 개혁의 모범을 보여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개혁의 모범이 되기는커녕 방만 경영의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됐다.

엄청난 빚더미에 눌린 LH공사가 그동안 추진했던 사업을 갑자기 취소하는 바람에 해당지역 주민과 중소기업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과거 정부 때 정치적인 목적으로 추진했던 국책사업이 부동산 값의 하락으로 부실화한 탓이 크기는 하다. 하지만 관련 사업을 축소하기 이전에 회사 내부부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개혁이 절실한 LH공사가 방만 경영을 계속하는 한 회사의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현 정부 출범 초기에 높이 들었던 공기업 개혁의 기치가 임기 중반을 넘기면서 점차 추진력이 약해졌다. 정부는 공기업 개혁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추진상황을 전면 재점검하고 과감하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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