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헌진]中언론 ‘산사태 人災’ 외면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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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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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중국은 깊은 슬픔 속에 궁벽한 산골마을 간쑤(甘肅) 성 저우취(舟曲) 현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사태의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모든 TV 채널은 이날 추모행사와 구조활동 등 참사 관련 소식을 잇달아 보도했다. TV도, 신문도, 인터넷도 대부분 흑백으로 처리돼 장중한 애도의 분위기를 나타냈다.

이번 참사의 원인에 대해 이견은 없어 보인다. 중국 정부와 대부분의 언론은 기록적 폭우로 인한 자연재해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그러던 차에 한 언론이 ‘천재(天災)를 인재(人災)가 키웠다’는 분석 기사를 내놨다. 다름 아닌 중국 정부와 다른 입장을 종종 보도해 편집국장이 교체되는 등 파란을 겪은 바 있는 광둥(廣東) 성 광저우(廣州)에서 발행되는 주간 난팡저우모(南方周末) 최신호다.

이 신문은 이번 비극의 핵심 원인으로 이 지역에서 50년 가까이 계속된 무차별적인 벌목과 무분별한 댐 건설, 광산 개발로 이어지는 난개발을 지적했다. 원래 저우취 현은 삼림으로 덮인 지역이 67%(삼림피복률)에 달할 정도로 푸른 지역이었다. 현재 중국중앙(CC)TV의 화면에서 보이는 것처럼 민둥산 지역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풍부한 삼림은 1950년대 목재로 나라 건설에 이바지한다는 명분 아래 벌어진 엄청난 규모의 벌목으로 사라졌다. 한때 현 정부 수입의 95%가 임업에서 나왔을 정도로 벌목은 전방위적으로 무자비했다. 1990년대 후반에야 나무 없는 산은 홍수나 산사태 등 자연재해에 취약해진다는 것을 알고 벌목을 금지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현재 삼림피복률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난개발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가난한 저우취 현 정부는 수력발전용 댐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았다. 최근 10년 동안 협곡을 따라 흐르는 바이룽(白龍) 강을 막는 크고 작은 댐이 거의 10km 간격으로 55개나 계획됐고 이 가운데 27개가 세워졌다. 댐도 대규모 환경파괴를 불러왔다. 나아가 최근에는 금광 개발 열풍도 불었다. 이미 29개 회사가 금광 개발 허가권을 받은 상태다.

이런 환경파괴가 산사태 가능성을 높인 것은 분명하다. 지방정부도 이미 알고 있었다. 2007년 저우취 현 내 20여 곳에 대형 산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조사되는 등 1990년부터 산사태 경고가 꾸준히 나왔던 것.

이런 문제들을 대부분의 중국 언론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물론 구조에 헌신하는 공산당과 인민해방군, 공무원 등에 찬사를 보내는 보도는 마땅히 해야 한다. 하지만 참사 원인 규명과 사회적 반성이 없다면 언제 또 있을지 모를 제2의 참사를 막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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