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민 위한다며 서민금융 金利도 모른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4일 03시 00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어제 부랴부랴 캐피털사의 고금리 대출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시작했다. 하루 전 이명박 대통령이 미소금융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기업 계열 캐피털사의 고금리 대출을 강도 높게 비판한 뒤에 나온 조치다. 이 대통령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 까치산시장 입구에 있는 한 미소금융 지점에서 “캐피털사의 이자율이 40∼50%나 된다”는 이용자의 얘기를 듣고 진동수 금융위원장에게 “이자를 많이 받는 것 아닌가. 사채(私債)하고 똑같다”고 말했다. 대기업 계열 캐피털사에서 대출받은 이 자영업자는 실제로는 연 35%의 금리로 돈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연 35% 금리도 높은 수준이다.

서민을 위한다며 서민금융의 실상도 제대로 몰랐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책임자들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서민을 위해 미소금융이나 햇살론을 만들어 저리로 대출해준다고 홍보를 했지만 실제로는 고금리에 찌든 서민금융의 실상을 전혀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무원들이 현장 상황에 눈감고 입으로만 서민을 외치니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없다.

진 위원장은 어제 기업미소금융재단 이사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나서 “30%대 금리는 굉장히 높은 것”이라며 심층조사를 통해 서민의 부담이 덜 가는 방향으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대출금리를 지나치게 높게 정한 캐피털사를 비판할 수는 있지만 금융위원회가 캐피털사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잘못이다. 리스 할부금융 등이 주업인 캐피털사는 현재 30%대 신용대출이 영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긴급 생계자금을 쓰기 위해 캐피털사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은행 문턱을 낮추지 않고 캐피털사를 감독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책임이 더 크다고 우리는 본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기회에 캐피털사뿐 아니라 저축은행 대부업체 같은 서민 대상 금융업 전반에 대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서민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고금리 대출을 받는다. 수수료를 합치면 법정 최고 이자율(연 44%)보다 높은 고금리 대출이 성행하고 있다. 2년이면 원금을 몽땅 들어먹는 눈덩이 이자다. 고리대금업자로부터 서민을 보호해야 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것인가. 대통령의 질책을 듣고서야 실태조사를 벌인다고 부산을 떠는 모습이 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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