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연합훈련, 대북 억제력 높여야 의미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1일 03시 00분


김태영 국방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이달 25일부터 28일까지 동해상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한다고 어제 발표했다. 중국의 반발 때문에 시기가 당초 6월 말에서 한 달가량 늦어졌고, 장소가 서해에서 동해로 바뀐 것은 유감이지만 훈련이 차질 없이 성사된 것은 다행이다. 훈련의 규모나 내용을 본다면 한미동맹의 굳건함과 북의 도발에 대한 억제력을 과시하기에 손색이 없다. 한미 양국은 이번 훈련 외에도 앞으로 수개월에 걸쳐 동해와 서해상에서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 동해 연합훈련에는 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과 이지스 구축함 3척, 한국형 구축함과 아시아 최대 수송함인 독도함을 비롯해 양국의 최정예 군함 20여 척이 참가한다. 양국 항공기도 통상적인 연합훈련 때의 10배 규모인 200여 대가 참가한다.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일본 오키나와 기지에서 이륙 후 1시간 이내에 북한 전 지역에서 작전 수행이 가능한 첨단 전투기 F-22도 선을 보인다. 이 정도의 공중 및 해상 미군 전력이 훈련을 위해 한반도에 출동하기는 1976년 8월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때 이후 처음이다. 북의 천안함 도발과 그로 인해 초래된 한반도 위기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이번 훈련은 대북(對北) 억제력 과시가 1차 목적이지만 단순한 군사력 과시만으로는 부족하다. 북의 국지적 도발에 즉각적으로 대처함은 물론이고 한미 연합작전의 효율적 기동성을 향상시키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이를 통해 실질적인 대북 억제력을 높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015년 12월로 예정된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오늘 서울에서는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57년 만에 처음으로 양국 외교·국방장관이 참석하는 ‘2+2’ 회의도 열린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게이츠 국방장관은 이날 오전 비무장지대(DMZ)도 함께 방문할 계획이다. 전례 없는 한미 간 찰떡 공조는 북한과 그 후견국인 중국에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다.

유엔 안보리의 의장성명 채택 직후 북은 6자회담 재개를 거론하고 과거 미국인 인질 석방에 간여했던 빌 리처드슨 미 뉴멕시코 주지사를 초청하며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북한이 천안함 사태의 출구전략에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한미 정부는 천안함 사태의 해결 없이는 어떤 유화책도 효력이 없을 것임을 북한과 중국에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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