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창선]美금융개혁법안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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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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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은행에 대한 규제를 위주로 하는 미국의 금융개혁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뒤이어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국제협정을 협의하는 일이 다음 단계라고 밝혔다. 어떤 형태로든 한국의 금융시스템이나 금융산업 전반에도 파장이 미칠 것임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메가뱅크 등 대형화 재고해야

그렇지만 이번 금융개혁법안이 원안에서 상당히 후퇴했고 각국의 이해관계가 크게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일한 형태의 국제적인 금융규제는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단일안을 마련한다고 해도 한국에 미치는 실질적인 파장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미국처럼 상업은행의 과도한 자기자본 투자를 염려할 정도가 아니다. 또한 미국 투자은행과 같이 감독기관의 사각지대에 있는 금융기관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실패로 금융시스템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전반적으로 금융규제의 정도가 미국 등 선진국보다는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금융개혁법안이 담은 금융규제 철학과 취지는 국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한국의 금융발전 방향에 대한 재점검 필요성이다. 미국의 금융개혁법안은 1980년대 이후 규제 완화 일변도로 진행된 금융에 대한 시각이 근본적으로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과도한 금융의 팽창과 금융기관의 대형화에 제동을 걸고, 대형 은행의 위험자산 투자를 축소시킴으로써 시스템적 안정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한국은 투자은행의 발전 정도가 낮고 은행 규모가 선진 금융기관에 비해 미미하다는 평가 아래 투자은행의 육성, 대형 은행의 추진을 도모하는 움직임이 있다. 금융산업 육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든지 은행의 대형화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의도이다. 그러나 최근의 금융위기 및 미국의 금융개혁법안의 통과는 금융산업의 확대나 대형화에 재고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국내 주요 은행은 경제 규모에 비해 작은 편은 아니므로 추가적인 덩치 불리기는 금융시스템에 잠재적인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금융개혁법안에서 강조하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정비, 감독의 효율성 증진을 위한 감독체계 개선은 국내에서도 추진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는 약탈적 대출, 미끼 상품, 과도한 수수료가 과거에는 자유로운 개인 간의 거래라는 이유로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았으나 이번 법안 통과를 계기로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주별, 금융기관별로 복잡하게 나뉘던 감독체계가 정비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신용카드 수수료, 선물환의 불완전 판매 등 과거 금융소비자 관련 이슈가 있었던 데다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한국은행 등 다양한 규제기관으로 인해 규제 및 감독 체계가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었다. 미국의 금융개혁법안 통과를 계기로 한국도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와 더불어 한은법 개정, 감독체계의 효율화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와 논의가 이뤄질 필요성이 있다.

소비자 보호-감독체계 정비 필요

마지막으로 금융규제를 둘러싸고 미국 등 선진국과 한국의 관심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선진국은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 감시, 관리,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반면 한국은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추가적인 금융규제의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대외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기 위해 자본유출입 변동성 축소와 외환시장 개선이 긴요한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선물환 규제 조치 외에도 국제적인 논의 상황을 감안하여 추가적인 자본 유출입 및 외환시장 안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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