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천안함 이후 111일, 정처 없는 정부의 對北대응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5일 03시 00분


천안함 침몰 원인조사 결과와 대북(對北) 조치 계획이 발표된 지 한 달 반을 넘겼지만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지지부진하다. 6월 중순에 실시하겠다던 서해 한미 연합훈련이 계속 미뤄지더니 이제는 훈련 장소를 동해로 바꾸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다. 핵 항공모함과 이지스 구축함의 참가 여부를 포함한 한미 연합훈련의 규모와 장소, 시일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휴전선 일대의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같은 심리전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러다 군사적 대응이 흐지부지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중국과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천안함 공격을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하자마자 국제사회의 천안함 대응을 회피하기 위해 6자회담을 재개하자는 카드를 내밀었다. 중국 외교부의 친강 대변인은 그제 정례브리핑에서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면서 “한반도 문제는 군사적 수단으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훈련 장소를 동해로 옮기는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의 입장은 명확하며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어느 해상에서건 한미 연합훈련에 반대하는 견해를 밝혔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의 하나로 계획한 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중국과 북한의 반발 전략에 밀려 주도권을 넘겨주는 꼴이다. 제2, 제3의 천안함 도발을 막기 위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초 천명한 대로 단호한 대북 제재 및 군사적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미 연합훈련은 천안함 공격에 대응한 최소한의 상징적인 군사 조치다. 천안함 폭침 같은 무력도발을 되풀이한다면 더는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경고의 표현이다.

미국과 중국은 유엔 무대에서 동맹국인 남북한의 대리전을 펼쳤지만 기본적으로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고려해 협상을 진행했다. 동북아의 정세 불안을 원치 않고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면서까지 천안함 사태를 다루지 않으려는 공통의 이해를 갖고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미 국방부는 한미 연합훈련을 21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 이후로 연기했다고 어제 밝혔다. 미국은 북한의 해외자산 동결, 금융제재 강화 등 독자적인 추가 대북제재 조치의 발표도 유보할 방침이다. 북의 동향을 당분간 지켜본 뒤 탄력적으로 조절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은 “지금은 북한이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으로 표출된 국제사회의 대응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지켜봐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한국과 미국 일본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의 태도에 실질적 변화가 없는 한 6자회담 문제로 옮겨가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차관보는 12일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북한이 이행해야 하는 구체적인 사항들이 있다”면서 “우선 비핵화를 진전시키겠다는 의지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21일의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은 천안함 대응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천안함 도발에 대해 군사훈련을 포함한 강력한 조치를 거듭 천명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천안함이 소속됐던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는 어제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가 열렸다. 참석 범위가 소장 이상에서 준장 이상으로 확대됐고, 동강 난 천안함 옆에서 대북 경계태세의 결의를 다졌다. 2012년 4월 17일에서 2015년 12월 1일로 미뤄진 한미연합사 해체 및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한 자주국방 준비상황도 점검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군의 실전 같은 훈련을 통한 자신감 회복이다.

‘전쟁은 피 흘리는 정치이고, 정치는 피 흘리지 않는 전쟁’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군사적 대응을 주저한다면 북은 언제 다시 피 흘리는 도발을 감행할지 모른다. 중국도 이달 초 동중국해에서 대대적인 해상훈련을 실시했다. 우리는 영해 내에서 방어적 자위적 훈련을 하려는 것이다. 중국이 간섭할 일이 아니다. 상습적인 무력 도발과 위장 평화공세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김정일 집단에 분명한 경고를 보내야만 또 다른 도발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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