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강명]빈농출신 코스닥 巨富의 ‘기업 사회공헌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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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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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신만 생각하면 이 돈으로 서면(부산의 번화가)에서 제일 큰 술집을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젊은 아가씨랑 술도 마시고 좋을 테죠. 그래도 그렇게 못합니다.”

2일 부산지역 중소기업 취재를 갔다가 ‘코스닥 거부(巨富)’로 유명한 허용도 태웅 회장(62)을 만났다. 10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허 회장의 얘기는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빈농 출신인 허 회장은 농고를 졸업하고 잠시 교단에 섰다가 1981년 회사를 차렸다. 단조제품 전문기업인 태웅은 원자력·풍력발전기용 부품 등을 만들며 성장을 거듭했고, 지난해에는 5300여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는 코스닥 부호 1위 자리에도 몇 번 올랐다.

허 회장은 “요즘 ‘사회적 기업’에 대해 많이들 말씀하시는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다른 게 아니다”라며 말을 꺼냈다. 그의 지론에 따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첫째가 고용을 많이 하는 것, 둘째로 이익을 많이 내는 것, 셋째는 수출을 많이 하는 것이다.

그는 “직원 400명과 그 가족을 합해 우리 회사가 직접 책임지는 사람이 1600명이고, 협력업체까지 생각하면 1만 명이다”라며 “우리 직원들은 불 속에서 쇳덩어리를 껴안고 사는데 내가 낭비를 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기업이 이익을 내야 하는 이유는 많이 벌어서 세금을 많이 내기 위함이고, 수출을 해야 하는 이유는 “집 안에서 돈이 돌아봤자 그 집이 부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허 회장의 얘기를 듣는 동안 최근 한 최고경영자(CEO)를 인터뷰하다 들은 내용이 떠올랐다. 그는 한 잡지사 기자와 인터뷰를 하다가 “왜 이 회사는 사회공헌을 많이 하지 않느냐, 기업의 존재 목적은 사회 공헌 아니냐”라는 질문을 받고 잠시 말문이 막혔다고 한다. 그때 그는 “회사가 잘되게 만들어서 고용을 유지하고 세금을 내는 게 사회 공헌”이라고 답하면서도 ‘이 정도 기업관은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고 한다.

청빈(淸貧)을 중시하는 문화적 전통 때문인지, 과거 일부 대기업이 누린 특혜와 비리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기업을 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아직 좀 야박한 것 같다. 기업이 합법적인 사업으로 돈을 벌고, 많은 직원을 뽑아 제대로 월급을 주고, 성실히 세금을 내는 것만으로도 책임은 다하는 거라고 욕먹을 각오하고 써본다. 기업의 사회 공헌은 우선 이 같은 기본을 성실히 수행한 뒤에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장강명 산업부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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