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하태원]한미동맹이 가야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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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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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워싱턴의 정책 당국자들은 “한국과 미국의 관계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6·25전쟁의 포성이 멎은 뒤 체결된 1953년 10월의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시작된 양국의 60년 가까운 ‘혈맹(血盟)’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좋단다.

최근 10년간 현장에서 한미관계를 다뤄온 기자가 보기에도 이 말은 사실로 들린다. 일단 이명박 대통령(69)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49) 간의 궁합이 놀라울 정도로 좋다. 지난해 11월 첫 아시아 순방 과정에서 일본과 중국을 거치면서 쌓였던 심신의 피로가 마지막 방문국인 한국에서 이 대통령을 만난 뒤 봄눈 녹듯 풀렸다고 할 정도로 마음이 통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 대통령은 문자 그대로 ‘페이버릿 맨(favorite man·총애하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중요한 고비마다 미국은 굳건한 한미동맹의 모습을 실증했다. 백악관은 5월 말 천안함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사결과가 발표된 직후 미국 시간으로 오전 1시에 대변인 명의의 공식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4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때나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때도 오바마 대통령은 지체 없이 대북 성명을 발표해 한국 정부에 힘을 실어줬다.

의회와의 관계도 돈독하다. 지난달 6·25전쟁 60주년 기념식에서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상하원 양당 원내대표 등 의회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상하원이 각각 채택한 대북규탄결의문과는 별도로 상하원 의원 12명이 개별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전임 정부 시절 최악이었다는 한미관계가 극적 반전을 이룬 계기는 뭘까.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 비전인 ‘성숙한 세계비전’과 오바마 대통령이 내놓은 ‘국가안보전략’은 △한미전략동맹구상 △기후변화 및 에너지 대책 △인권과 보편주의의 강조 △다자외교의 강화와 소프트파워의 강조 등에서 놀라울 정도로 동일한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한마디로 두 나라가 한곳을 바라보며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북핵에 대한 대응은 중요한 원칙을 공유하고 있다. 근본적인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키겠다는 것. 현 시점에서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한반도에서 안보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북한과 대화할 수 없다는 것은 양 정상의 철학이기도 하다. 여론의 압력에 밀려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남북관계의 장기적인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양국의 공동 인식에 대해서는 반발도 있다. 미국이 ‘립 서비스’를 해주는 것 말고 실질적으로 한미관계에서 얻은 소득이 무엇이냐고 반문한다. 그러는 사이 남북관계는 꼬일 대로 꼬였고 한반도에서 안보불안은 점차 커져가고 있다는 것.

이명박 정부가 지방선거에서 패배하자 미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미국 의회 관계자는 “솔직히 헷갈린다. 이명박 정부의 참패가 천안함 사태에 대한 대응과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의 심판처럼 보이기도 한다. 민심을 잃고 있는 한국 정부를 어느 정도까지 지원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미국이 강력히 지지하는 것은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한미 동맹의 글로벌 비전이며 전쟁의 참화를 딛고 모범적인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사회를 이뤄낸 한국인들의 정신일 것이다. 현 정부가 내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 결정이나 앞으로 벌일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문안 조정 작업 역시 양국이 추구하는 바람직한 동맹의 미래 모습에 부합하는 결정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하태원 워싱턴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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