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효원]범죄피해자 두 번 울게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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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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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7월 1일 범죄피해자복지센터(스마일센터)를 개소하여 살인 강도 방화 등 강력범죄의 피해자나 가족을 대상으로 집중심리치료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인 아동이나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던 심리치료를 강력범죄의 피해자에게도 확대하는 것이다. 2005년 범죄피해자의 보호와 지원을 목적으로 범죄피해자보호법을 제정하고 전국 57개의 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마련했다. 그러나 범죄피해자에 대해서는 구조금 지급과 피해배상을 위한 법률적·경제적 지원이 대부분이었고 심리상담과 정신치료는 거의 없었다.

범죄피해자복지센터에서는 피해자가 한 달까지 가족과 함께 병실에 머물면서 정신과 의사와 심리치료사로부터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다. 살인과 성폭력 등 강력범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적 고통을 겪는 범죄피해자에게 임시대피소를 제공하고 전문적인 심리치료를 통해 조속한 안정을 도울 수 있다. 국가는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함으로써 자유와 권리를 보장할 헌법적 의무를 진다. 개인은 범죄로부터 자유로울 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할 수 있고, 이로써 국가공동체도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 개인이 범죄에 노출돼 언제든지 범죄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태에서는 개인의 행복과 공동체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국가권력의 행사도 이와 같은 국가의 존재 이유에 부합할 때에만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범죄피해자는 국가가 아닌 사인에 의하여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에 주로 발생하므로 우리 헌법이 규정하는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는 범죄피해자의 경우에 더욱 큰 의미가 있다.

우리 헌법은 개인이 범죄피해자가 된 경우에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권리와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직접 규정한다. 범죄피해자는 일반적인 기본권 이외에도 재판절차진술권과 구조청구권을 헌법적 권리로 보장받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 유례가 없는 것으로 범죄피해자를 범죄의 객체나 시혜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여 적정한 형사처벌을 실현하는 적극적인 권리주체로 인식한 것이다. 범죄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를 유념해야 한다.

첫째, 범죄피해의 구제보다 범죄예방이 더 중요하다. 범죄피해자는 이미 발생한 범죄를 전제로 하지만 애초에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국가는 범죄피해의 회복과 함께 범죄예방을 위해서도 더욱 노력해야 한다.

둘째, 범죄피해자의 입장과 관점에서 가장 필요하고 요구되는 점이 무엇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범죄피해자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가 확대되거나 이차적으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심리치료에 있어서도 개인의 다양한 입장과 관점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셋째, 범죄피해에 대한 인식도 새롭게 해야 한다. 범죄에 따라서는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피해가 없다고 인식하는 경우도 있는데 사실은 국민 전체가 피해자이고 피해를 회복하기도 어렵다. 국가안보범죄, 공무원의 직무범죄나 뇌물수수, 조세범죄, 선거범죄가 대표적인 예이다.

피의자에 대한 경찰의 고문사실이 알려지면서 피의자의 권리보호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아무런 잘못도 없이 피해를 당하는 범죄피해자의 권리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누가 범죄피해자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요즘 세상에서 국가가 본연의 역할을 찾아나서는 것은 국민으로서 흐뭇한 일이다.

이효원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 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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