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강혜승]‘통합과 성장’ 남아공 거리의 월드컵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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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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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한창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지금 남아공 국기로 물결을 이루고 있다. 집집마다 국기를 걸어놓은 것은 물론이고 자동차들도 깃발을 나부끼며 달린다. 아웃사이드미러와 유리창 등을 국기 디자인으로 장식한 차들도 적지 않다.

더반 지역의 정해권 한인회장은 “남아공에 25년째 살고 있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라며 “워낙 다양한 종족이 사는 나라여서 애국심이란 개념이 희박한 줄 알았는데 남아공이 하나 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말할 정도다. 남아공 국기에는 ‘통합’을 상징하는 Y자형 녹색 띠가 가로로 그려져 있다. 그만큼 남아공 사회에서 통합은 숙원 과제다. 남아공은 인구의 80%가 흑인이지만 9개 부족으로 나뉘고 백인, 혼혈인, 아시아인 등 각종 인종이 모여 산다. 영어와 아프리칸스어 등 공용어 외에 줄루어 등 부족 언어 9개를 공식 언어로 쓰고 있다. 백인정권 시절 ‘아파르트헤이트’라고 불린 인종차별 정책의 후유증까지 안고 있다. 그런 남아공 국민이 월드컵을 계기로 한마음으로 국기를 들고 일어선 것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남아공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2.3%에서 내년에는 3.2%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비관적 전망도 만만치 않다. 남아공 경제전문지 아프리칸비즈니스 6월호에 따르면 이번 월드컵으로 당초 40만여 명이 남아공을 찾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실제 관광객은 최대 8만 명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남아공의 악명 높은 치안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이다. 경기장 등 월드컵 관련 인프라의 활용 방안도 고민거리다. 52억 달러(약 6조2000억 원)를 쏟아 부은 이번 월드컵이 남아공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남아공 국민은 희망적이다. 요하네스버그 번화가의 한 음식점 매니저인 닉 벤데이로 씨는 “남아공 최고 인기 스포츠가 축구이기도 하지만 경제적 효과 때문에 월드컵을 반기는 것”이라며 “월드컵 덕분에 매출이 전달보다 2배나 올랐다”고 전했다. 빈민층도 월드컵 특수를 누리고 있다. 공공근로의 일환인 도로변 잡풀 청소의 하루 일당이 50랜드(약 8000원)에서 월드컵의 영향으로 65랜드로 올랐다. 한 초콜릿 매장에서 만난 판매사원 캐롤라인 샤발랄라 씨(21·여)는 “국제적으로 남아공의 진면목이 부각되면 일자리가 더 늘고 장래 꿈인 비서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검은 눈을 반짝였다. 거리에서 만난 이들이 보여준 메시지는 희망이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강혜승 산업부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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