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소프트 파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2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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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테마파크 ‘해리포터와 마법세계’가 문을 열었다. 8만1000m² 규모의 테마파크는 소설 ‘해리포터’에서 주인공 해리포터가 다니는 호그와트 마법학교와 호그와트 급행열차, 마법사들이 모여 사는 호그스미드 마을, 마법도구 등 주요 무대와 설정을 재현해 관람객을 모으고 있다. ‘해리포터’ 같은 훌륭한 콘텐츠는 소설 영화 게임 테마파크 등 플랫폼을 바뀌어가며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조앤 K 롤링은 처녀작인 ‘해리포터’ 시리즈 하나로 억만장자가 됐다. ‘해리포터’는 전 세계에서 4억 부 이상 판매돼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의 반열에 올랐다. 롤링이 인세와 영화 비디오게임의 판권, 캐릭터 판매 등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원이 넘는다. 가난한 이혼녀의 머릿속에서 탄생한 ‘해리포터’는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창안한 소프트 파워는 군사력이나 경제력 같은 하드파워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문화 예술을 토대로 한 영향력, 호감도, 평판을 의미한다. 나이 교수는 부국강병을 추구했던 20세기와는 달리 21세기는 소프트 파워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올해 세계 28개국 2만9977명을 대상으로 17개국이 갖고 있는 소프트 파워의 순위를 매긴 결과 1위는 독일이었다. G2로 대접받는 미국과 중국은 각각 7,8위에 그쳤다. 올해 11월 G20 정상회의 유치를 계기로 2010년 조사대상에 처음 포함된 한국은 12위를 기록했다.

▷한국선진화포럼이 어제 개최한 ‘성장잠재력 및 국가경쟁력 제고’ 토론회에서 차문중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성장잠재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면 소프트 파워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가 선진화할수록 물질적 자본과 노동력보다는 인적 자본과 생산성이 커져야 하며, 창의성과 혁신성이 주도하는 지식집약적 산업에서 비교우위를 지녀야 한다는 그의 견해는 타당하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영혼에게 호소하고 스토리가 감동적인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려면 창의적 인적자원의 개발, 즉 창의력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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