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종교계 일각의 4대강 반대, 극단으로 흘러선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일 03시 00분


일부 천주교 사제는 지난달 24일부터 8박 9일 동안 4대강 정비에 반대하는 거리 집회를 열었다. 이에 맞서 4대강 지역 주민은 지난달 31일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대강으로 정치 운동하는 천주교 일부 사제는 성당으로 돌아가라’고 촉구했다. 전국환경단체협의회도 “4대강 주민은 농업용수로 사용 못하는 썩은 물과 강줄기로 신음하고 있다”며 현지 주민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4대강 문제로 종교계 일각이 소연(騷然)하다. 그제 한 스님은 4대강 사업 중지 등의 내용을 담은 유서를 남기고 자기 몸을 불살라 목숨을 끊었다. 서울 조계사에 추모 분향소가 설치됐다. 일부 시민 사회 환경 노동 종교단체 등으로 구성된 4대강사업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는 어제 오전 조계사에서 추모 및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종교계도 국가 정책이나 현실 문제에 관해 의견을 표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종교가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전문성을 요구하는 정책의 찬반운동에 지나치게 깊숙이 발을 들여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종교계 인사들은 ‘생명 존중’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행동이라고 주장하지만 같은 종교계 안에서도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이 많다. 천주교 신자들은 사제들의 4대강 반대 거리시위를 보며 “그 사제들을 성당에서 만나면 마음이 무겁다”고 말하기도 한다.

낙동강 영산강은 퇴적물이 쌓여 갈수기에는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메말라 있는 데다 폐수가 흘러 그야말로 ‘죽은 강’을 연상시킨다. 정부는 수량 확보와 수질 관리를 통해 강을 인간에게 유익한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물 부족 시대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 다만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 환경 파괴와 예산 낭비가 없는지 철저히 감시할 필요는 있다.

일부 매체에서 공사를 위해 굴착기로 파놓은 강과 잡초가 우거진 강의 사진을 비교하면서 ‘환경 훼손’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왜곡이다. 4대강 사업을 마치면 생명이 살아나고 환경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는 인간은 자연을 이용하고 보전하며 조화를 지향한다.

지금은 종교계가 민주주의를 짓밟고 인권을 유린하는 독재정권과 맞서 싸우던 시대가 아니다. 종교계 일각의 반대는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 정부도 종교계와 적극적인 소통으로 4대강 사업이 인간과 자연에 유익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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