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속세 지나치면 家業끊기고 일자리 사라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31일 03시 00분


대한상공회의소는 상속 증여세율을 낮춰달라는 건의문을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상의는 건의문에서 과세표준이 30억원을 초과할 경우 최고 50%까지 매기는 상속 증여세율을 물가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감안해 세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상속 증여세율의 인하는 ‘빈익빈(貧益貧) 부익부(富益富)’를 심화시킨다는 명분론에 밀려 논의조차 금기시됐다. 11년 전 물가와 부동산 시세에 따라 결정됐던 상속 증여세율 체계를 아무런 수정 없이 계속 적용하다보니 다른 나라에 비해 세율이 지나치게 높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 50%는 일본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유럽 국가들도 직계 상속의 경우는 프랑스 40%, 독일 30%로 우리보다 낮고 대만은 재작년 50%였던 상속세 최고세율을 10%로 대폭 낮추었다. 미국도 올 한해 한시적으로 상속세를 감면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내 총생산 대비 상속 증여세 비율은 2002년 0.12%에서 2008년 0.27%로 두 배 이상 커졌다.

중소기업의 가업(家業) 상속에 대해서는 각국이 세제 지원을 과감하게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 가업상속 재산의 40%를 과세 가액에서 빼주는 데 비해 일본은 80%, 독일은 85∼100%나 공제해준다. 이들 나라의 제조업이 강한 것은 대를 잇는 중소 중견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소기업 범위 이상으로 기업이 커지면 가업 상속세 공제를 받지 못해 회사를 쪼개거나 투자를 꺼리는 실정이다.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한 편법 상속과 자산의 해외 유출은 철저하게 규제돼야 한다. 그러나 상속 증여세 부담이 지나치면 기업 수명이 짧아지고 일자리도 사라진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도 나타나기 어렵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삼성 현대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나오지 않는 원인이 무엇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실명화로 세원(稅源)이 대부분 노출돼 탈세나 탈루가 힘들어졌다. 과거 과세 자료가 부실했던 때에 정한 높은 세율 체계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경제의 글로벌화에 따라 기업의 해외 투자와 이전이 과거에 비해 훨씬 수월해져 자산의 해외 유출을 막는데도 한계가 있다.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세율은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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