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억에 사는 교수 자리, 수백만 원짜리 代筆논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8일 03시 00분


대학 시간강사가 교수채용 비리를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광주의 한 사립대 시간강사 서모 씨는 유서에서 교수채용 과정에서 돈이 오가고 있고, 논문 대필(代筆)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서 씨는 ‘(교수 한 자리가) 1억5000만 원, 3억 원이라는군요. 저는 두 번 제의를 받았습니다’라며 자신도 두 대학으로부터 돈을 요구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또 수십 편의 논문을 대필했다고 밝혔다.

일부 대학이 교수채용 과정에서 돈을 요구한다는 말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실제로 교수 지원자로부터 돈을 받은 대학이 적발되기도 했다. 수백만 원을 받고 써준다는 논문 대필 역시 해묵은 비리다. 그러나 이제 우리 대학 및 교수사회도 이런 수준에서는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서 씨의 폭로를 계기로 대학사회의 타락상이 어떤 지경에 이르렀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수사기관은 서 씨의 폭로와 관련된 사실을 확인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비리 관련설이 나도는 다른 대학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일제 감사를 해야 한다.

대학교수가 될 꿈을 품고 시간당 몇 만 원에 불과한 강사료를 받으며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시간강사들은 ‘캠퍼스의 노예’라고 불릴 정도다. 이들의 처우를 개선해주지는 못할망정 교수채용을 대가로 거액을 요구해 젊은 학자들을 욕되게 하고 죽음으로 내몰았다면 그런 대학은 모리배 집단이나 다름없다.

시간강사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다. 시간강사 수를 최소화 하고 교수채용을 늘려야 하지만 대학들은 학교 재정과 등록금 인상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다. 그렇지만 대학들은 시간강사들이 기본적인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근무여건을 제공해야 한다.

대학진학률이 80%를 넘고 대학원생까지 크게 늘었지만 글로벌 인재를 구하는 우리 기업들은 국내 대학에서는 인재를 찾지 못해 해외 대학에서 채용설명회를 여는 실정이다. 대학경쟁력을 높이려면 오히려 돈을 들여 우수한 교수부터 초빙해야 할 것이다. 교수직을 팔아야 운영이 가능한 대학이라면 하루 빨리 문을 닫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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