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용현]문화로 배부른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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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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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한때 세계 제일의 자동차 수출국이었다. 항구도시 리버풀은 1769년 증기자동차 발명 이후 왕성한 자동차 수출 덕에 100년 가까이 황금시대를 누렸다. 그러나 영국 자동차산업의 쇠락과 함께 리버풀에도 어두운 가난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리버풀 경제를 다시 살린 건 전설적 그룹인 비틀스였다. 음악은 곧 비틀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던 그들에게 힘입어 비틀스를 낳은 도시 리버풀은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한다. 비틀스가 사라진 지 4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은 비틀스의 음악과 추억을 더듬고자 리버풀로 향한다. 지금도 리버풀의 지역 경제는 비틀스가 살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쇠락해 가던 영국의 리버풀을 비틀스가 되살렸듯이 문화가 국가경쟁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문화는 한 나라의 품격을 나타내는 데서 더 나아가, 그 나라가 지닌 힘과 경제적 자산을 나타내는 척도가 됐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 진입을 위해 문화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이제 필요조건의 하나가 됐다.

실제로 문화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날로 늘고 있다. 국산 토종 캐릭터인 ‘뽀로로’는 세계 90여 개국에 수출돼 4000여억 원을 벌어들였다. 드라마 ‘대장금’ ‘겨울연가’, 게임 ‘리니지’도 해외 매출 1억 달러를 돌파하며 수출한국에 힘을 보탰다. 한류 열풍, 온라인게임, 영화와 출판, 광고 등 우리 문화산업은 벌써 세계 10위권에 올라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과연 문화 강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속을 들여다보면 갈 길은 멀다. 누구에게나 마음속에는 세계를 보는 두 가지의 눈이 있다. 정치 경제적 이해를 보는 눈과 아름다움 감동 의미를 보는 공감각의 눈이다. 공감각의 눈이 발달하면 마음이 풍요롭다. 국민의 마음속에 두 개의 눈이 함께 발전해야 물질적 정신적으로 진정한 선진국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가. 대중문화 분야에서는 활발한 참여도를 보이지만 역사와 미술, 음악, 무용 분야에서 국민의 문화예술 활동 참여도는 유럽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백범 김구 선생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보다 가장 아름다운 나라,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과거 개발도상국 시대만 하더라도 불우 아동을 돕거나 저소득 가정을 지원하는 등 소외 계층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정부 및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핵심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지금은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지원과 개발이 좀 더 다양한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예술가는 배고프다는 통설이 더는 존재하지 않도록 순수문화예술 분야 전문가가 활동 영역을 넓힐 기반을 마련하고 개개인이 문화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힘을 써야 한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국민의 문화예술활동 참여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수준 높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지원에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의 문화는 우리의 미래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25∼28일)가 문화국가로서의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높이고 품격 높은 삶을 추구하는 전기가 되리라 믿는다.

박용현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 교육대회 조직위원 두산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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