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환]리베이트 쌍벌제, 꼭 통과되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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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한 의료법 약사법 개정안이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리베이트 제공자를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와 약사를 함께 처벌하도록 하는 쌍벌제가 가장 실효적 방안이라는 점은 대다수 국민이 공감한다. 개정안이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와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이와 관련된 논의는 상당 기간 묻혀버릴 공산이 크다.

보건복지부는 얼마 전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의 도입을 발표했다. 의약품을 고시가보다 싸게 구입한 의료기관에 차액의 상당 부분을 인센티브로 지급함으로써 의료기관에 의약품 거래 과정에서 이윤을 보장하여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도입 취지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점이 예상된다. 과거의 고시가 상환제가 현행 실거래가 상환제로 전환된 것은 의약분업의 원칙에 따라 약가에 대한 의료기관의 마진을 제거함으로써 의약품의 과다처방과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였다. 새 제도의 시행으로 약가 마진의 불인정 원칙이 훼손되고 의료기관에 약제 마진에 관한 동기를 부여하여 고가약 처방, 의약품 오남용 등 국민 건강의 위험요인이 늘어날 수 있다.

또 새 제도는 음성적이고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합법적 이윤으로 양성화함으로써 의약품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의료기관과 의사의 협상력을 강화시켜 공정한 거래질서를 왜곡할 뿐만 아니라 이면계약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변종 리베이트를 늘릴 여지가 많다. 법률에 명시적인 근거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보험료를 납부하여 조성한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의료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에 사용함으로써 건강보험 가입자의 재산적 손해와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악화를 유발하는 점도 문제다.

약가 제도는 의료인 의료기관 제약회사의 이해가 얽혀 있고 의료 및 국민보건 체계의 근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므로 이를 변경하는 데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

새 제도는 제17대 국회에서 논의했으나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점 때문에 합의 도출에 실패하여 폐기됐다. 그런데 국회가 2년 만에 사회적 합의도 없이 도입하려는 것은 헌법상 위임입법금지의 원칙이나 의회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처사이다.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새 제도를 강행할 경우 과거 의약분업 도입 당시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는 법률 쟁송과 이로 말미암은 논란이 예상된다. 제약업계 종사자 또는 자신의 건강권과 재산권을 침해당한 환자는 새 제도의 시행 이후 헌법소원 등 소송이나 구제절차를 통해 위헌성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올 경우 법적 안정성이 훼손되고 정부 정책의 신뢰성이 상실된다. 그 과정에서 지불해야 할 많은 사회적 비용도 간과할 수 없다.

결국 새 제도를 통해 리베이트를 막겠다는 복지부의 계획은 실효성이 불확실한 반면 부작용이 명확하다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리베이트의 근절을 위한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쌍벌제의 시급한 도입이다.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의 도입은 국회의 동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

또한 약제비를 절감하려면 복지부가 추진하는 새 제도 대신 총량 규제 방식인 소위 ‘처방총액절감 인센티브제’를 대안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어떤 제도를 도입하든지 충분한 토론과 합의, 대다수 국민의 동의 또는 이해가 필요하다.

정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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