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동영]지방의회 ‘선거철 휴업’ 지자체 감시 누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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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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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성동구가 재개발할 때 반드시 임시 주거 시설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조례안을 구 의회로 넘겼다. 재개발로 밀려날 서민들에게 획기적인 지원 방안이 될 내용이지만 이 조례안은 한동안 처리되지 못할 운명이다. 지난달 24일 본회의를 마친 성동구의회가 4, 5월 두 달 동안은 의회를 열지 않기 때문이다. 15명의 의원 중 5명이 요구하면 임시회를 열 수 있지만 6·2 지방선거 준비에 바쁜 의원들은 아무도 임시회 소집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주민 5000여 명이 청원을 해서 만들어진 조례안이지만 ‘머슴’을 자처하는 구의원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선거에 바쁘기 때문에 의회를 열지 않기는 광역의회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의회는 1일 제221회 임시회를 폐회했다. 다음 회기는 6월 21일에 시작된다. 대전시의회는 2일 임시회를 끝냈는데 다음 회기가 언제 열릴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경북도의회도 8일 임시회를 마쳤으나 다음 회기는 6월 8일에야 열린다. 2일 회기를 마친 제주도의회 역시 6월 9일에야 다음 회기가 시작된다. 전남도의회의 248회 임시회는 지난달 28일 끝났지만 다음 회기를 언제 시작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그나마 부산시의회와 경남도의회가 5월 임시회 회기를 잡았을 뿐이다.

지방의회에서 5월 임시회를 보기 힘든 것은 지방의원들이 의정활동보다는 선거운동에 관심을 쏟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의회는 전체 106명의 의원 가운데 11명이 선거판에 일찍 뛰어들기 위해 사퇴했다. 풀뿌리 민주주의와 자치의 소중함을 주장하는 지방의회 의원이 지방자치단체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임무’를 4월부터 6월까지 석 달가량 외면하는 셈이다.

선거철이라고 지자체 행정이 멈추는 것이 아닌 만큼 예산 심의나 추가경정예산 편성, 행정감사 기능이 약화될 이유가 없다. 선거철이라고 회기를 아예 잡지 않는 현상은 고스란히 지자체 견제 약화와 주민 불신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자치단체장이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만 직무를 멈추고 선거운동에 나서는 것과 비교해도 지방의원들의 ‘장기 직무 포기’는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선거를 이유로 회기를 열지 않는 지방의원들에게도 의정활동비는 요즘에도 꼬박꼬박 지급되고 있다. 혈세가 낭비되는 정도가 아니라 버려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도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유권자들이 6월 2일 선거에서 귀중한 한 표로 심판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동영 사회부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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