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는 자원전쟁 중’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6일 03시 00분


일본 정부가 해외자원 쟁탈전에 본격 뛰어들었다. 어제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리튬 같은 희소(稀少)금속 개발권을 따내기 위해 자원 보유국에 처음으로 포괄적 경제지원을 할 계획이다. 일본은 볼리비아의 리튬 개발권을 확보하는 대가로 수백억 엔 규모의 차관을 제공해 지열(地熱)발전소 건설을 돕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전력회사들도 가세해 민관(民官) 합동으로 총력전을 펴는 양상이다.

지금 세계는 가히 자원전쟁 중이라고 할 만하다. 중국 인도의 고도성장으로 자원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가채(可採) 매장량 감소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각국은 자원 확보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다. 일본이 해외자원 개발과 포괄적 경제지원을 연계하는 것도 기존의 소극적 방식으로는 뒤처질 수밖에 없음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몇 년간 해외자원 관련 기업 사냥과 개발권 확보에 주력했다. 중국 국영기업들은 지난해 스위스 석유업체 아닥스 페트롤리엄을 80억 달러에, 호주 자원개발회사 펠릭스 리소스를 26억 달러에 인수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가 2003년 이후 자원외교를 위해 방문한 나라만도 50개국에 육박한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이달 2일 베네수엘라를 방문해 우고 차베스 대통령과 자원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우리나라는 2008년 기준 에너지 소비량이 2억4000만 TOE로 세계 9위인데도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자원빈국(貧國)’이다. 그해 우리의 에너지 수입액은 1415억 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32.5%나 됐다. 같은 해 수출 1∼3위 품목인 조선 석유제품 일반기계의 수출 합계액(1187억 달러)보다 228억 달러 많았다.

해외자원 확보 및 개발 경쟁에서 정부 공기업 민간기업이 협력하는 ‘코리아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략한다면 각개약진을 할 때 나타나는 기술력 인력 자금력의 열세를 극복하고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 사회간접자본(SOC)과 플랜트 건설, 정보기술(IT) 등 우리의 장점을 활용하는 패키지형 자원개발 전략과 민관(民官) 전문가의 적극적 육성과 활용도 긴요하다. 대통령이 직접 뛴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가 보여줬듯이 국가 총력전이 때로는 크게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자원 개발의 효율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보여주기 식 자원외교 때문에 오히려 우리나라가 자원 보유국들의 ‘봉’이 되는 상황도 경계해야 한다. 현 정부가 벌인 자원외교의 허실에 대한 냉철한 평가분석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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