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손택균]티켓 1200장 팔렸는데… 또 취소된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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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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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멤버 한 명이 갑자기 몸져누웠다. 미안하지만 한국에는 못가겠다.”

5일 오전 스페인 가수 훌리오 이글레시아스(67)의 매니저가 한국 공연기획사에 걸어온 전화다. 이글레시아스는 1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6년 만에 세 번째 내한공연을 가질 예정이었다.

이글레시아스는 1970, 80년대 인기를 끌었던 팝 스타다. 그를 기억하는 성인 팬의 성원 덕에 3월 초 입장권 예매 시작 한 달 만에 1200여 장이 팔렸다. 기획사는 공연 당일 현장 판매로 손익분기점인 2000장을 충분히 넘길 것으로 낙관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공연 취소에 관객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기획사 관계자는 “밴드 멤버 간에 분란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외국 대중음악인의 내한공연이 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영국 팝 스타 톰 존스(70)는 급성 후두염을 이유로 2, 3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려고 했던 콘서트를 공연 하루 전에 취소했다.

공연 취소는 외국에서도 드문 일은 아니다. 멤버 간 다툼이나 급성 질환으로 공연이 무산됐다는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신장질환이 악화됐다며 내한공연을 취소한 가수 내털리 콜(60)은 곧 이식수술을 받았다.

공연이 취소됐을 때 관람료와 예매 수수료가 탈 없이 환불되는데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글레시아스의 매니저가 지난주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와 티켓 판매율을 확인했다는 사실은 가볍게 보아 넘기기 어렵다.

1970년대의 아이돌 레이프 가렛(49), 1990년대 인기 뉴에이지 그룹 시크릿 가든, 1977년 ‘필 소 굿’을 히트시킨 트럼펫주자 척 맨지오니(70)…. 상반기 내한공연이 예정된 해외 대중음악인은 ‘왕년’의 스타가 대부분이다. 잇달아 내한하는 외국의 올드스타들이 옛 명성에 기대어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는 ‘봉’으로 한국을 보는 건 아닐까. 2월 재기 공연 첫 무대를 한국에서 가진 휘트니 휴스턴(47)은 ‘음정도 못 맞춘다’는 비판을 받았다. 3월 내한한 밥 딜런(69)의 무대도 음악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호평과 나이의 한계를 절감하게 했다는 지적을 함께 받았다.

내한 팝 스타들은 한두 번 공연으로 수억 원의 개런티를 챙긴다. 톰 존스의 경우는 취소된 공연의 미리 받은 개런티를 돌려주지 않아 국내 기획사가 반환 협의에 들어갔다. 해당 국내 기획사는 공연장 대관료 등에 대한 배상은커녕 후두염을 증명하는 진단서도 받지 못했다. 고향 무대에서도 그럴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한국 팬들을 얕잡아 보는 것이다.

손택균 문화부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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