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정수]‘어떤’ 교장공모제이냐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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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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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17일 발표한 ‘교육비리 근절대책’은 크게 인사제도 개편, 지역교육청 기능 개편, 각종 계약의 투명화 방안 등 세 가지다. 전체 교사 중 교감이 되는 비율이 3.4%에 불과한 데다 장학사 등 전문직이 고속 승진 경로로 활용돼 교원을 승진 무한경쟁에 뛰어들게 만드는 인사시스템을 바꾸겠다는 내용이다. 교장공모제를 50%로 늘리고 ‘잘 가르치는 교사’인 수석교사 제도를 확대함으로써 교감-교장의 일원적인 승진 체계를 다원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우선 교장공모제의 확대 방침과 승진 체계의 다원화 정책이 교육비리 대책으로 등장한 부분은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독점적인 교원승진시스템이 비리를 낳는 온상이 됐다는 이야기를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에 드러난 서울시교육청의 인사비리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는 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책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표와 수단 간의 의도적인 행동경로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과연 교장공모제를 확대하고 승진 체계를 다원화하면 교원인사 관련 비리가 줄어들까. 우리는 이미 2007년부터 교장공모제를 시범 실시해 현재까지 5% 정도의 학교장을 공모제로 초빙하고 있다. 과연 취지대로 연공서열식 승진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젊고 유능한 교원이나 민간 전문가에게 학교 경영을 맡겨 교육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를 실현했는가에 대한 엄정한 정책평가가 필요하다. 교장공모제를 확대할지 말지가 아니라 어떠한 방식의 공모제가 학교경영의 성과를 제고하고 인사투명성에 기여하는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우리는 글로벌 사회에 살고 있다. 학생들은 세계를 대상으로 경쟁하고 선도해야 한다. 교장과 교사의 청렴성은 그대로 학생에게 투영돼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열과 교육성과를 칭찬하고 벤치마킹하려 한다는 보도를 접하지만 정작 우리 교육현장인 학교의 인사시스템은 어떠한가. 미국의 학교장 선임방식은 공모제 초빙제 개방형 등 여러 가지다. 이런 방식 중에서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한다. 당연히 독점적이고 폐쇄적인 우리의 시스템에 비해 선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라도 정부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먼저 구체적인 선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3년 동안 시행한 초빙교장제의 성과평가를 토대로 선발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교장 자격증 소지자의 풀을 넓히고 훈련의 강도를 높이는 방안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교장공모제는 교원평가와도 연결돼 있다. 우수한 젊은 교원을 선별하려면 탄탄한 평가제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며, 단선적인 승진 구조를 복선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교장공모제는 우리 교단의 구조개혁이다. 그러나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철저한 준비 없이 서두르다가는 ‘무늬만 공모제’를 확대할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교육비리의 문제를 온전히 교장과 교사, 그리고 교육청 관계자의 책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교장과 교사의 청렴성을 높이지 않고는 교육의 신뢰수준을 높일 수 없다. 잠재적 역량이 뛰어난 학교 경영자를 개방형으로 널리 공모해 채용하고, 주기적으로 평가하여 지속적인 역량 제고의 기회를 갖도록 지원하는 제도야말로 한국교육을 희망으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된다. 교장을 포함한 교원의 능력 향상과 경쟁력 강화 없이 학생의 실력을 향상시키고 경쟁력을 강화하기는 힘들다. 교장공모제는 이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실행해야 한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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