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기오]교수사회 활력제 될 성과연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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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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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교수의 보수 체계를 2015년까지 성과연봉제로 전환하기 위해 단계적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정부는 우선 금년 하반기부터 신임교수에게 성과연봉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성과연봉제 도입은 이중의 변화를 내포한다. 하나는 기본급 외에 각종 수당으로 복잡하게 구성되어 매월 달리 지급되던 보수 체계가 정해진 연봉을 토대로 매월 동일 금액이 지급되는 방식으로 단순화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근속에 따른 호봉에 당해연도의 성과보너스를 부분적으로 추가하던 근속연수 중심 보수 체계에서 전년도의 성과가 다음 연도의 기본급 책정에 반영되는 순수한 실적주의 체계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기존 성과급이 당근과 양념처럼 제공되는 하나의 장식물에 그쳤다면 이제 도입될 성과연봉제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사고와 철학의 실천이다. 국립대 교수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막연한 불안이나 이념적 논란을 거두고 변화가 가져올 구체적 혜택을 따져보는 것이 좋다. 연봉제의 첫째 장점은 매월 동일한 월급이 가져올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에 있다. 소득의 크기를 떠나서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성공적인 대학교수 생활을 보내기 위한 기초적인 조건이다. 극도로 복잡한 기존의 국립대 교수 보수 체계는 이 점에서 대학교수 생활의 안정을 교란시키는 한 요인이 되어 왔다.

둘째로 실적주의의 강화는 교수 생활에 활력을 가져올 것이다.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생활의 따분함으로 인해 많은 교수가 학내 행정이나 대학 밖의 활동 기회에 눈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 성과연봉제는 다방면으로 분산되어 불투명해지기 쉬운 기존의 대학교수 생활에 전문직으로서의 분명한 정체성과 목표를 부여하고 교육과 연구 활동이 가져다주는 내재적 만족감을 크게 높이는 상승작용을 가져올 것이다. 대학의 경쟁력은 이렇게 강화된 교수 생활의 활력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한편 정부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모든 제도가 서로 조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과연봉제는 비용과 성과 간의 일치를 지향하는 실적주의 철학의 표현이다. 교수 인건비를 포함한 대학회계제도 전반에 ‘활동 중심의 비용 계산’이 함께 정착되지 못하면 성과연봉제도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교수가 수행하는 교육 연구 봉사의 세 가지 활동 각각에 대하여 비용 계산이 정확하게 이루어지고 그 비용 충당의 재원이 명확해지는 것이 선결조건이다.

우리 대학의 재정회계 체계에서 교수 봉급은 원칙적으로 교육 활동(교육을 위한 연구 활동 포함)의 비용으로 설계됐다. 그렇기에 대학교수가 별도 계약에 따라 수행하는 연구 활동의 비용은 연구 발주자가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대학교수는 대학이 보수를 지급한다는 이유로 계약연구에 따른 교수 인건비를 정부부터 거의 지급하지 않는다. 대학 재정에 무임승차를 하는 것이다. 국내 대학의 재정이 빈곤해진 가장 커다란 원인은 교육비 중심으로 설계된 대학 재정에 정부와 정부를 따라서 행동하는 대학 밖의 연구 발주자가 무임승차를 하기 때문이다. 성과주의의 기본은 지불해야 하는 것을 정확하게 지불하는 데 있다. 연구 발주자가 대학교수의 연구 활동에 인건비를 지불하지 않는 한 이러한 무임승차 관행과 새로 도입될 성과연봉제는 서로 충돌하고 갈등할 수밖에 없다. 연구자 인건비를 반드시 지불한다는 기본 원칙을 먼저 확립하지 않는다면 연구영역에 관한 한 성과연봉은 성립할 수 없으며 교수 성과연봉제는 결국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정기오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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