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립대 성과연봉제 발목 잡는 교수들 명분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2일 03시 00분


2015년부터 전국 41개 국립대 교수들에게 성과연봉제가 전면 도입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신임교원을 대상으로, 내년부터는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등 모든 재계약교원에게 성과연봉제를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국립대 교수는 현재 봉급과 수당, 1년 단위로 지급되는 성과급을 받고 있다. 성과연봉제로 전환하면 기존 봉급과 수당을 합쳐 기본연봉이 책정되고 성과에 따라 차등 책정되는 성과연봉을 받게 된다. 몇 년만 지나면 교수들 간에도 급여차가 벌어져 국립대에서도 ‘억대 연봉 교수’가 탄생할 수도 있다.

고인 물 같은 교수사회에 경쟁풍토를 조성하고 연구역량을 강화하자면 성과연봉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미국에서는 아이비리그와 같은 사립대나 주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주립대도 교수 연봉은 대학당국과 계약을 통해 결정한다. 근무연한만 채우면 차근차근 봉급이 올라가는 우리 대학과 같은 급여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종신교수직을 얻지 못하면 몸담았던 대학을 떠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분위기가 연구와 교육의 질을 높인다. 미국 대학들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국립대 교수들은 과도한 수업과 행정업무 부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성과연봉제는 연구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벌써부터 반발이 심하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전교조 교사들과 다를 게 없다. 철밥통에 안주해온 교수사회의 체질을 바꾸려면 성과와 보수를 연계하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스포츠 세계에서는 0.01초의 차이로 승부가 갈리고 시상대에서 목에 거는 메달의 색깔이 달라진다. 연구와 강의를 스포츠와 비교한다고 기분 나쁠 교수들이 많을지 모르지만 교수사회에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실력경쟁이 왜 안 된다는 말인가.

국립대가 법인화하면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라, 마라 할 필요도 없다. 대학들이 알아서 할 문제이다. 국립대 가운데 서울대는 법인화를 결정했지만 지방 국립대들은 법인화를 외면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교수 성과연봉제는 연구와 교육경쟁을 유도해 대학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국립대의 변화는 사립대의 변화를 촉진시켜 대학경쟁력을 동반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진짜 실력 있는 교수라면 성과연봉제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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