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법파업 대응 ‘허준영 모델’ 딴 데서는 못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2일 03시 00분


허준영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지난해 11월 26일부터 8일간 벌어진 철도노조 파업 때 “불법파업에 참여한 노조원을 전원 징계하겠다”고 말했다. 허 사장은 공언(公言)한 대로 파업 참여자 1만1000여 명에 대한 징계를 진행하고 있다. 파업 주도자 170여 명을 파면 또는 해임했고, 그보다 불법행위가 덜한 노조원들에게는 정직(停職), 감봉, 경고 조치를 내렸다. 코레일의 징계는 공기업과 민간기업들이 불법파업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큰소리쳤다가도 시일이 지나며 흐지부지 넘어갔던 모습과 확실히 다르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이 폭력과 불법에 찌든 데는 급진이념과 강성투쟁이 체질화한 일부 노조 지도부의 잘못이 크다. 하지만 공기업을 포함한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정부, 정치권의 책임도 못지않다. 일부 공기업 경영자들은 노조의 ‘떼법’에 소신 있게 대처하기는커녕 노조와 적당히 타협해 자리를 유지하는 길을 택했다. 노동계의 불법투쟁은 좌파정권에서 만성이 되다시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철도노조 파업 때 “회사는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자제하라”고 지시한 일도 있다. 허 사장 같은 사람 하나만으로는 이런 공기업의 고질병을 뜯어고치기 어렵다.

GS칼텍스는 2004년 노조가 20여 일간 불법파업을 했을 때 ‘압박’에 굴하지 않고 파업 참여자를 전원 징계하는 원칙을 지켰다. 강성노조였던 GS칼텍스 노조는 이 경험을 계기로 민주노총에서 탈퇴해 노사 협조와 상생으로 진로를 바꾸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1981년 공항 관제사 불법파업 때 업무복귀 명령을 거부한 1만1000여 명을 모두 파면하고 재고용을 금지해 미국 노동운동에 법치주의를 확립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1984년 파업 탄광노조원 9500여 명을 구속 또는 연행하면서 ‘영국병’을 고쳤다.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12월 1일 코레일 비상상황실을 직접 방문해 철도노조 파업에 엄정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발생한 쌍용자동차 노조의 공장 점거 때도 정부는 원칙을 지켰다. 불법 노동쟁의에 대한 현 정부의 ‘무(無)관용 원칙’이 서서히 효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노동운동의 정상화는 한국의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일부 세력의 공세에 주눅 들지 말고 자리를 걸고 잘못을 바로잡는 기관장과 경영자가 늘어나야 한다. 불법파업에 대응하는 ‘허준영 모델’을 다른 곳에서도 시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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