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법부, 개혁 요구를 더는 외면 말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1일 03시 00분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위는 어제 대법관 증원 및 다양화, 경력 법관제를 포함한 사법부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법원 내 사조직인 우리법연구회에 대해서도 회원들의 자진 해체 노력을 지켜본 뒤 미흡하면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해체를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이 대법원장과 우리법연구회의 정신적 지주인 박시환 대법관을 변호사 시절 전관예우를 받은 대표적 사례로 지목하면서 사법부의 귀족주의, 순혈주의, 엘리트주의를 깨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사법부는 우리법연구회 해체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사법부의 신뢰 붕괴를 우려하는 대다수 국민의 정서를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위가 대변했다고 본다. 우리법연구회 회원들의 자율적인 노력을 우선 지켜보겠다고 한 것은 사법권 독립의 헌법정신을 존중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법연구회를 해체시킬 법적 근거가 없다”는 식의 안이한 대응으로 문제의 본질을 회피할 때가 아니다. 사법부는 우리법연구회가 작금의 정치적 이념적 편향 판결의 토양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 문제를 사법부의 부담으로 계속 남겨둔다면 사법권 독립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사법부 앞에는 지금 개혁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한나라당이 발표한 경력법관제와 대법원 구성문제, 대학 조교수 이상 법학교수에 대한 경력법관 임용자격 부여, 판사 재임명 제도 및 법관인사위원회 기능 강화, 판결문 공개 방안 등은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13명인 대법관 정원을 늘리는 문제만 해도 대법원 업무 부담 및 다양한 대법관 구성 문제와 관련돼 있어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국회를 중심으로 법조계와 법학계가 충분하고 다각적인 논의를 선행해야 한다. 법무부가 제기한 구속영장 즉시항고제 도입을 비롯해 양형기준법 제정, 합의부 판결의 소수의견 기재 등도 쉽사리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어제 국회에 사법제도개혁특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당리당략을 떠나 사법부의 미래에 대한 진지하고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사법개혁의 방향은 ‘판사를 위한 사법부’가 아닌 ‘국민을 위한 사법부’를 만드는 데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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