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강산-개성 관광, 3대 조건 보장이 먼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8일 03시 00분


북한이 금강산과 개성 관광 재개에 매달리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은 화폐개혁 실패가 겹쳐 올해 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굶어죽는 주민이 속출한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북한은 위기탈출용으로 손쉽게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는 금강산과 개성 관광을 선택한 것이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이 2008년 중단될 때까지 10년 동안 4억8000만 달러를 챙겼다.

우리가 보는 북한 관광 문제는 다르다. 금강산 구경을 갔던 박왕자 씨가 2008년 7월 북한 초병에게 사살됐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 씨는 136일이나 억류되는 고초를 겪었다. 북한 관광을 재개하려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위협하는 요소부터 제거하는 게 마땅하다.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해 박 씨 피살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 재발 방지,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대책 등 ‘3대 조건’을 요구해왔다. 통일부는 오늘 개성에서 열리는 실무회담에서도 이 3대 조건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회담을 지켜봐야겠지만 우려되는 대목도 있다. 정부는 북한의 관광재개 회담 요구에 대해 일정을 수정제의하며 북한의 대남부서인 통일전선부에 답신을 보냈다. 우리는 ‘당국 대(對) 당국’ 회담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인사를 대표단으로 보내기로 했다. 정부는 민간기구 성격인 아태위의 참사가 단장으로 오는데도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을 책임 있는 당국으로 본다’며 회담에 응했다. 정부가 당초 요구에 못 미치는 북한 대표단을 수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3대 조건은 북한에 대한 요구인 동시에 우리 국민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다. 북한이 매달린다고 안전대책을 강구하지 않은 채 덜컥 지뢰밭 같은 관광 재개에 동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가 물러서면 ‘제2의 박왕자 유성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금강산 개성 관광으로 흘러간 돈은 직간접으로 북한의 핵무장을 도왔다. 관광 재개는 북한이 2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자초하고,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복귀도 한사코 거부하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핵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에 관광을 이유로 현금을 건네는 데 대한 국내외의 우려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식량 부족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북한 동포는 관광사업이 아니라 인도적 지원을 통해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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