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친이·친박, 서로 할 말 다하고 국민평가 받으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3일 03시 00분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案) 관련법이 통과될 수 있느냐는 한나라당이 이름처럼 하나가 되느냐,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계가 의견의 합일을 이루지 못하고 각자 제 갈 길을 가느냐에 달려 있다. 수정안 집행을 위해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세종시법)과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자면 국회 재석(298석)의 과반수(150석 이상)가 출석해 과반수가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한나라당은 전체 의석의 57%(169석)를 차지하고 있지만, 50여 명의 친박계 의원이 수정안에 반대하고 있어 법안 통과의 전망이 불투명하다.

박근혜 전 대표는 어제 수정안에 대해 “‘+α’만 있다. 원안은 빠져 있다”며 “국민과의 약속을 어겨 신뢰를 잃게 됐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정부가 심사숙고한 수정안을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부할 일이 아니고, 장단점을 비교 분석한 각론으로 말해야 한다. 이 대통령 쪽도 9부 2처 2청의 원안으로 이 정도의 ‘+α’가 나올 수 있었겠느냐고 당당하게 설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서로가 정치적 공포탄을 난사할 것이 아니라, 실사구시(實事求是)적으로 담판을 벌일 필요가 있다.

이 시점에서 국정을 책임진 여당의 두 계파가 할 일은 각자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로 치열하게 토론해 당론을 정하는 것이다. 정치적 계산을 숨기고 고상한 명분 타령이나 해서는 국정 혼선을 끝낼 길이 없다. 두 계파가 중대한 국가 현안마다 서로 으르렁거릴 바에야 굳이 한 지붕 밑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압력에 밀려 마지못해 회동해 불신과 앙금을 대충 덮고 넘어가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서로 얼굴을 붉히더라도 흉중에 있는 진의가 무엇인지, 국민 앞에서 다 털어놓고 토론을 벌이는 것이 좋다. 무엇이 원칙이고 백년대계인지, 왜 자신들의 주장은 맞고 상대방 주장은 틀리는지, 끝장토론을 벌여 국민의 평가를 받아보기 바란다.

행정부처가 양분돼 국가 운영의 효율성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국회에서 법으로 통과됐고 2007년 대선 때도 약속했다는 이유로 원안을 강행하는 것이 원칙이며 신뢰인가. 원안은 충청표를 노린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포퓰리즘의 산물이라는 이유로 과거 약속을 뒤집고 수정을 하는 것이 국가백년대계에 합당한 것인가. 수정안대로 해도 정말 다른 지역으로 갈 기업과 재원이 세종시로 빨려 들어가지 않는 것인가. 원안과 수정안 중 어느 것이 국가경쟁력 강화와 국리민복, 그리고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지역 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놓고 며칠 밤낮이라도 토론을 해 나라와 국민을 위한 방도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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