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정용관]뉴 MB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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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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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Moderation)와 균형(Balance).

2010년 경인년 호랑이해를 맞는 이명박 대통령의 새해 국정 키워드로 이 두 가지를 제시하고 싶다.

이른바 ‘뉴 MB노믹스’다.

집권 2년차를 마무리하는 요즘 이 대통령은 입술이 부르틀 정도의 집요한 노력 끝에 강력한 경쟁국인 프랑스를 제치고 아랍에미리트(UAE)가 발주한 총 4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원자력발전사업 프로젝트를 따내는 기염을 토하며 한껏 고무돼 있다. 덩달아 청와대 참모진도 들뜬 듯한 분위기다.

돌이켜 보면 올 한해는 지난(至難)했다. 이 대통령이 1월 2일 국정신년연설에서 글로벌 경제위기 조기 극복을 위한 총력체제 구축과 비상경제정부 체제를 천명했을 때만 해도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낙관하긴 이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경제위기의 어두운 터널에서 가장 먼저 탈출하는 나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세계 경제협력의 최상위 포럼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치라는 성과까지 얻었다.

이런 결실을 보기까지는 이 대통령의 ‘개인기’가 크게 작용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집권 3년차를 준비하는 청와대 참모진은 좀 더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 국제사회에서의 한국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데도 국내에선 계층 갈등과 이념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증폭되는 불일치 현상의 원인과 해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천착(穿鑿)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친(親)서민 행보를 보여주기 위해 시장 상인을 찾는 식의 대통령 이미지(PI·Presidential Identity) 관리는 이젠 식상한다. 좀 더 글로벌하면서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통합하는 국정 콘텐츠를 내놔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기후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자본에 대한 끝없는 탐욕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균형 성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종국엔 잘 사는 나라도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게 여러 전문가의 분석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개별 국가의 내부 사정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하에서의 양극화와 계층갈등은 어찌 보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자율과 경쟁, 장밋빛 ‘747’(경제성장 7%,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공약만 여히 떠올리게 하는 ‘올드 MB노믹스’를 이론적으로 정교하게 수정하고 가다듬을 때라고 생각한다.

‘뉴 MB노믹스’, 즉 절제와 균형을 양 날개로 하는 국제공조를 내년 11월 한국에서 개최될 G20 정상회의의 슬로건으로 제시하면 어떨까. 올 한해 국제사회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정치의 영역, 즉 각국 지도자들의 공조와 외교로 극복하는 사례를 보여줬다. 경제 규모 면에서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를 물질적으로 주도하긴 어렵다. 그러나 G20 정상회의 개최국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맞아 우리나라가 세계가 나아가야 할 정신적 방향을 주도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차다.

절제와 균형의 ‘뉴 MB노믹스’는 국내 정치와 경제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성패도 얼마만큼 계층갈등을 해소하고 균형성장을 이뤄내고 국민통합을 이뤄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새해 ‘뉴 MB노믹스’의 국제화를 기대해 본다.

정용관 정치부 차장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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