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릴레이 시론<3>/배상근]한국경제는 아직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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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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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올해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작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한국 경제를 앞 다투어 비하한 주요 외신은 올해에도 여전했다. ‘3월 위기설’이 나도는 가운데 동유럽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2월 26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도미노 이론’이란 제목으로 “17개 신흥국가 중에서 (한국 경제가) 남아프리카공화국, 헝가리에 이어 폴란드와 함께 세 번째로 외환위기를 맞을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3월 1일 “(한국 경제가) 위기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국의 부채’라는 기사를 내보냈고 우리 금융시장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경제위기-外信의 불신 뛰어넘어

외신의 일방적인 매도에 우리 정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한국 경제의 건전성을 알리고자 했다. 그러나 3월 4일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의 신뢰위기’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 정부가 위기를 은폐하는 데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발발에 앞서 우리 외환보유액을 거짓으로 발표했던 정부의 전과(?)가 있어 한국 경제에 대한 올바른 설명조차 구차한 변명으로 비쳤고 해명을 하면 할수록 외신은 더욱더 의심하는 형국이 됐다.

이제 우리 스스로 한국 경제의 건실함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우선 정부가 나서 재정을 조기에 확대 지출하고 감세기조를 유지하면서 내수급락세를 완화했고 금리인하, 은행대외채무의 정부보증, 한미통화스와프 체결로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의 안정을 도모했다. 대외적으로도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국 선정과 함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해 위상을 크게 끌어올렸으며 유럽연합(EU)이나 인도와의 자유무역협정 서명을 통해 수출의 길도 넓혔다.

기업도 위기 극복에 한몫을 했다. 고용 불안이 고조되던 2월 25일 대기업을 중심으로 고용유지 대책을 발표하면서 30대 그룹의 근로자 수는 작년 88만6000명에서 90만 명으로 오히려 1.4%나 증가했다. GM 폴크스바겐 소니 파나소닉과 같은 글로벌 주요 대기업이 각각 4만7000명, 1만7000명, 1만6000명, 1만5000명이나 감원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였다.

또한 양호한 재무건전성과 품질경쟁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과감하게 추진했고 환율하락에 따라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이 개선되면서 주요 수출품목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올라갔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 EU 일본의 수출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과 중동의 수출비중을 늘리는 등 시장의 다변화를 통해 수출규모를 유지하고자 했다.

이젠 민간의 힘으로 경기 회복을

그 결과 우리 경제는 세계 9위의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무역수지 흑자가 400억 달러에 이르고 외환보유액이 27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국 중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한국 경제를 놓고 비관적인 분석이나 전망만을 일삼던 파이낸셜타임스도 10월 27일 ‘경기회복세가 강해진 한국’이라는 보도를 내보내더니 12월 4일에는 한국 경제에 대한 영국 언론의 부정적인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한국 수출기업에 건배를’이란 기고문을 게재했다.

비바 한국 경제! 2009년 우리 경제는 경제위기와 외신의 불신을 극복했다. 그렇지만 과도한 가계부채, 기업 구조조정 미흡, 세계 경제의 더블딥 우려,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이 위험요인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국민은 경기회복의 기운을 체감하지 못한다. 더욱이 재정의 힘이 아닌 민간의 힘으로 본격적인 경기회복세를 지속해야 하고 한국 경제에 대한 외신의 신뢰를 쌓으면서 선진경제를 향해 갈 길이 먼 상황이다. 한국 경제는 아직도 배고프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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