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신종호]공교육, 강남 인강서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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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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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인강 사회탐구를 수강하려는데 어느 선생님이 좋을지 추천해 주세요.” “제 경험으로는 A, B 두 선생님을 적극 추천해요.” 얼마 전 서울 강남구청의 인터넷수능방송(강남 인강)과 관련해 봤던 인터넷 글이다.

이른바 잘나가는 사교육업체의 스타강사는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라고 한다. 스타강사는 아니지만 나름 자신의 입지를 굳힌 강사의 수입도 대기업 임원 수준은 된다고 한다. 이보다 수입이 적은 강사도 많지만 이들도 자신이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기에 대체로 만족한다고 한다.

학생은 강좌선택, 강사는 대우받아

고등학생인 K는 강남 인강뿐만 아니라 사교육업체의 인터넷강의를 여럿 선택하여 듣는다. 어느 한 강사에게 의존하기보다 자신의 수준과 필요에 따라 여러 강사 강의를 듣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위 사례는 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제도권 교육이 비제도권 교육과의 경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의 단면을 보여준다. 첫 사례는 학교에서 어느 교사가 더 열정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학생을 가르치는지를 제대로 평가하는지, 이에 따라 교육의 질을 개선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두 번째 사례는 열심히 수업을 준비하고 가르치는 교사가 그에 맞는 보상과 인정을 받고 있는지를 질문하게 한다.

마지막 사례는 학생의 개별화된 교육 요구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킬, 프로그램 단위에서의 교육선택권이 제도권 교육에서 가능할까 하는 질문을 하게 한다. 이전보다 학생의 교육선택권이 확대됐지만 현행 교육시스템에서는 어느 학교에 속하느냐에 따라 학생의 교육경험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한계가 명확히 보이는 제도권 교육이 비제도권 교육과 동등한 교육경쟁력을 갖추려면 현 시스템에 대한 혁신적 수술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제도권 교육이 기득권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유지해온 생명력은 머지않아 다하고 만다.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현행 교육책무성 평가와 지원을 학교 단위에서 개인 단위로 확대해야 한다. 학교 단위에서의 평가결과를 중심으로 학력수준이 낮은 학교를 학력중점향상학교로 지정해 재정 지원을 하지만 개인 단위에서의 교사 평가와 지원 정책도 구체적으로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둘째, 열정을 갖고 학생을 가르치는 우수교사에 대한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호봉 중심의 보수체계에서 벗어나 적어도 대기업 수준의 재정적 보상을 보장해야 하며 수석교사처럼 별도의 역할을 규정해 이들의 노력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역할이 주어지도록 해야 한다. 우수교사의 두뇌 유출이 일어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열심히 가르치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교육시스템 때문임을 명심하자.

교단에 헌신할 만한 교육시스템을

마지막으로, 이들 우수교사를 국가 수준에서 활용해 모든 학생이 양질의 다양한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인터넷학교 시스템을 만들어보자. 그리고 이 시스템에서 수강한 과목의 학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자. 최근 논의하는 주요 교과 학점제를 교육선택권의 다양화 측면에서 확대할 수 있고, 공교육 체제에서의 교육이력을 중심으로 하는 입학사정관제 정착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혹자는 강남 인강이나 사교육업체가 공교육보다 경쟁력을 갖는 이유가 강사진 개인 수준에서의 우수성이라 할지 모른다. 설득력 있는 말이지만 우수한 인적 자원이 교직에 입문해도 현실은 이들의 능력을 촉진하고 지원하지 못한다. 우수한 교사가 공교육 체제 내에서 헌신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시스템의 혁신 없이 교사에게 의존하는 학교 인강(人講)은 절대 강남 인강을 따라잡을 수 없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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