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상운]쌍용차 회생 위한 ‘원칙대로’

  • Array
  • 입력 2009년 12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쌍용자동차 박영태 공동관리인은 8일 서울 구로구 쌍용차 서울서비스센터에서 고객들의 항의전화에 진땀을 흘리면서 응대하고 있었다. 고객들의 불만은 수첩에 꼼꼼히 메모했다. 회생계획이 지연되면서 부품 부족과 애프터서비스(AS) 지체에 불만을 터뜨리는 고객이 많아 직접 진화에 나선 것. 이날 그는 직원들과 함께 차량 정비도 직접 했다. 그의 현장체험은 77일간의 장기파업으로 땅에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려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박 관리인은 11일 쌍용차의 운명을 결정할 회생계획안 관계인 집회를 앞두고 유난히 ‘원칙’을 강조했다. 장기 파업을 거치면서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다짐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젠 노사관계가 안정됐으니 파업 노조원 132명에 대한 징계안을 거둬들이라”는 일부 의원의 요구에 “끝까지 그대로 시행할 것”이라며 버텼다고 한다. 그는 “폭력 시위에 가담한 정도가 심했던 노조원 34명을 해고했고, 나머지는 정직 등 징계를 내렸다”며 “앞으로 노사관계를 포함해 모든 것을 흔들림 없이 원칙대로 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 관리인은 올해 5월 77일간의 장기파업에 들어갔을 때 한상균 당시 노조지부장과 약속한 ‘세 가지 원칙’을 기자에게 소개했다. 당시 노사 양측 대표는 ‘우리 손으로 쌍용차의 문을 닫지 말자, 우리 손으로 시체를 치우지 말자(인명 피해 방지), 생산설비는 절대로 건드리지 말자’는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그는 “점거파업을 하면서 경찰 진입을 막기 위해 강경 노조원들이 매일 3명씩 돌아가면서 ‘자살특공대’ 역할을 했다”며 “인명 피해를 우려한 한상균 지부장도 격앙된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진땀을 뺐다”고 했다. 이 세 가지 원칙이 지켜져 인명 및 생산설비 피해가 거의 없었고, 파업 종료 후 6일 만에 생산설비를 다시 가동할 수 있었다.

‘원칙대로’는 이제 생산라인에서도 지켜지고 있다. 업무 효율화에는 좋지만 과거 근로자들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무시했던 표준작업표를 도입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또 ‘혼류 생산(한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동시에 생산하는 방식)’을 적극 실시하면서 올 들어 11월까지 총 2만9917대를 팔았다. 이는 쌍용차 회생계획안의 올해 판매목표(2만9286대)를 초과한 실적이다.

요즘 박 관리인은 불법파업으로 곤욕을 치르는 기업체 최고경영자(CEO)들에게서 조언을 구하는 전화를 자주 받는다고 했다. 그때마다 박 대표의 대답은 늘 똑같다. “원칙대로 하십시오. 그게 회사가 살고 직원들이 사는 길입니다.”

김상운 산업부 su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