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張三李四도 한 해를 국회처럼 마무리하진 않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0일 03시 00분


국회는 어제 새해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18대 국회 두 번째 정기국회를 마무리했다. 30일간의 12월 임시국회가 오늘 개회했지만 4대강 예산과 노동법 개정안 같은 쟁점 현안에서 여야 시각차가 여전해 연말 국회 파행과 함께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길 우려도 없지 않다. 국회는 헌법에 규정된 예산안 처리 시한(12월 2일)을 올해로 7년째 어겼다.

4대강이나 세종시 문제에 관해 야당이 정부·여당을 비판 견제할 수는 있다. 하지만 291조8000억 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과 연계해 국회를 파행시키는 것은 국회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하는 일이다. 민주당은 그제 한나라당이 국토해양위에서 4대강 예산을 강행처리했다는 이유로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마저 유회(流會)시켰다. 한나라당이 좀 더 충분한 설득 노력을 다하지 못하고 4대강 예산을 소관 상임위에서 기습적으로 처리한 것도 여당으로서 매끄럽지 못한 국회 운영이다.

올 정기국회는 세종시와 4대강, 미디어법 논란으로 100일 동안 파행을 거듭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안건은 4735건(법안 4593건 포함)이나 되지만, 정기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은 108건으로 2005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프간 파병,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서울대 법인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처럼 국익이나 국가경쟁력, 민생과 관련된 법안들이 ‘정쟁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국회 폭력근절 및 선진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은 법안 처리를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로 미루면서도 한 해 91억6700만 원(내년 예산안 기준)에 이르는 ‘입법 및 정책개발비’는 영수증을 조작해가며 국민 세금에서 쌈짓돈처럼 빼먹었다. 국토해양위가 정부 원안보다 3조4660억 원을 증액해 통과시킨 30조2144억 원 규모의 소관 예산안 가운데는 국토해양위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이 줄줄이 들어있다. 나랏일은 당리당략으로 내팽개쳐 놓고 챙길 것은 확실하게 챙기는 행태다.

이름 없는 장삼이사(張三李四)도 할 일을 미뤄 놓고 이런 식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지는 않는다. 민간기업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국회가 이런 식으로 흘러가서는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장애요인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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