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고위층부터 중국 베트남 시장경제 배우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8일 03시 00분


남북한의 중국과 베트남 공단 공동시찰이 12일 시작된다. 남북 공동시찰은 우리 정부가 제안하고 북한이 동의해 성사됐다. 남북 시찰단 20명이 10여 일 동안 함께 다니며 외국 공단을 둘러보고 개성공단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방안을 찾아보기로 한 것은 의미가 있다.

중국과 베트남은 북한에는 훌륭한 성장모델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한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계속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최근 화폐개혁을 단행한 북한은 특히 베트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은 1979년부터 81년까지 북한의 7·1조치와 유사한 임금과 가격 현실화 조치를 취한 뒤 인플레가 심해지자 1985년 10 대 1로 화폐개혁을 했다. 이어 4년 뒤 가격의 완전 자유화를 선언하면서 시장경제 요소를 대폭 도입해 경제발전의 길로 접어들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중국과 베트남의 개혁 개방을 배우겠다고 했다. 그는 2001년 중국의 상하이를 둘러본 뒤 “천지개벽했다”며 놀라워했다. 2006년에도 상하이를 다시 찾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중국의 개혁 개방과는 거리가 멀다. 김 위원장은 2007년 평양을 방문한 농득마인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에게 “도이머이(혁신) 정책의 성취를 매우 높이 평가한다. 베트남을 거울로 삼고자 한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북한이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면서 시장경제 체제를 접목해 성공을 거둔 중국과 베트남에서 교훈을 얻을 생각이라면 실무자 10명의 현지 방문으로는 부족하다. 김 위원장 주변의 고위층을 보내 각국이 살아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보고 배워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도 중국과 베트남 공단에 대한 기초 정보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이번 시찰이 실무자 수준 행사로 그치면 북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시찰단은 통일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당국자들로 구성된다. 이번 시찰에서 남북한 사이에 개성공단을 포함한 여러 현안에 대한 대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 북은 작년 3월 개성공단 내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 근무하던 남측 당국자 11명을 추방하면서 ‘개성공단 흔들기’를 시작했다. 국제사회에 맞서는 대결정책으로는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점을 북이 납득할 수 있도록 우리 시찰단이 충분한 준비를 하고 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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