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수봉]무덤 대신 자연을 물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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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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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장률이 지난해에 60%를 넘어 선진국 수준으로 진입했다. 1990년대 말 몇몇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화장운동을 전개한 지 불과 10년 만에 화장률이 2배를 상회하게 됐다. 시도별로 차이가 심하긴 하지만 보건복지가족부는 앞으로 2년 내에 화장률이 70%를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산속 호화묘 흉물로 남아

이와 같은 추세는 사망자 수의 증가와 맞물려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오리라 예상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사망자 수는 2010년 약 28만 명에서 베이비붐 이후 세대가 본격적으로 노인층에 진입하기 시작하는 2020년에는 38만 명, 2030년 초반에는 50만 명으로 추산된다. 지역개발이 진행되면서 기존 묘지의 이장으로 인한 화장이 급증하는 상황이어서 장사(葬事)시설 확충이 시급하다.

화장률이 높다고 해서 장사문화의 선진국이 되지는 않는다.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장사 방법이 변해야 하고 시설을 자연친화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해야 한다. 묘지대란을 막고, 장사문화를 합리적으로 정착시키려면 시민의식의 변화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모두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장사문화에 대한 국민의 의식이 바뀌는데 정책과 관련 인프라가 뒤떨어져서는 안 되며, 반대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시민단체가 1990년대 말에 화장운동을 전개하면서 후손에게 ‘무덤 강산 대신 금수강산’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설득력 있는 표어를 제기했다고 한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묘지가 설 자리에 호화스러운 봉안묘가 등장하면서 산이나 언덕에 분묘보다 더 보기 흉하고, 환경을 훼손하는 장사시설이 나타났다. 산을 깎아 축대를 쌓고 그것도 모자라 산중턱에 커다란 돌집 모양으로 만들었는데 환경친화적인 시설이 아니라 오히려 수십 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흉물로 자리를 잡았다. 조금이라도 관리를 소홀히 해서 지반이 가라앉으면 석축이나 돌기둥의 균열로 붕괴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선진 장사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매장이든 화장이든 간에 친환경적인 소재를 사용하고, 가능한 한 기존 시설을 이용하거나 재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훼손된 자연을 회복시켜야 한다. 자연친화적이지 못한 사치스러운 관(棺)이나 커다란 석물을 사용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주변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듯한 과시적 장례 절차 또한 시대착오적이다.

화장운동을 성공적으로 전개했던 시민단체도 이제는 친환경적인 장법(葬法) 현대화운동을 전개해야 할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국민이 화장을 선호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고 판단되므로 자연친화적인, 다시 말해 친환경적인 장법을 널리 홍보함으로써 장사문화운동의 영역을 더욱 구체화해야 한다.

친환경 장례문화운동을

또 선진 장사문화를 정착시키려면 수요 중심의 장사문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장사시설은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공공복리 증진 차원에서 설치·조성하고 관리해야 한다. 장사시설이 지역주민의 수요를 고려하여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들어서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장사 수요는 다른 서비스 수요와는 달리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생하므로 관리운영의 영속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장사정보시스템 구축을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도록 만들어야 한다. 더 나아가 국가 보건복지 전산망과 연계하여 보건복지 정보에 관한 토털 서비스를 받도록 발전시켜야 한다. 아직까지 미완의 과제로 남은 묘적부의 전산화를 완성함으로써 시한부 묘지제도가 하루빨리 정착하도록 민관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수봉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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