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금강산 달러’ 아쉬우면 우리 요구 받아들이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3일 03시 00분


북한이 18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통해 금강산과 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의했다. 북측은 우리가 관광 재개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운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관광객 신변안전 문제뿐 아니라 남측 당국자의 현장 방문도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몸이 단 듯한 북의 태도를 보면 금강산을 통해 들어오던 달러가 퍽 아쉬운 모양이다.

그렇지만 북의 회담 제의 방식은 참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북이 진실로 관광 재개를 원한다면 남측 당국에 직접 회담을 제의하면 될 일이다. 현 회장을 통한 회담제의는 구차하게 사정하면서도 체면을 챙기자는 것인지, 의도적으로 남측 당국을 무시하려는 전략인지 알 수 없다. 한쪽으로는 회담을 제의하고, 다른 쪽으로는 비난을 퍼붓는 이중 행태도 여전하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1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남조선 통일부의 반공화국 대결책동은 민족의 치솟는 격분을 자아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금강산과 개성 관광 재개는 전적으로 북의 태도에 달렸다. 남측이 요구한 3대 선결조건의 충족은 기본이다. 관광 수입으로 연간 수천만 달러의 현금이 북에 건네지는 일이니만큼 우리로서는 미국 유엔 등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지 않을 수 없다. 금강산 사업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1874호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한국과 미국 정부의 견해이지만 우리가 건네는 달러가 북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관광 재개 허용을 전반적인 남북 관계나 북핵 문제와 떼놓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북은 북-미 양자대화를 통한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는 적극성을 보이면서도 남북 관계 개선에는 냉담한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음 달 8일 평양에서 북-미 대화가 예정돼 있고, 북이 그간 한사코 거부하던 6자회담 복귀 의사를 피력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반면 남측에 대해선 서해교전을 촉발하고 ‘무자비한 군사적 조치’를 예고하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것 또한 북의 계산된 전략인지는 모르겠으나 남을 배제한 북-미 관계 개선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똑바로 깨달아야 한다.

북이 진정 금강산 관광 재개를 바란다면 선결조건 수락을 전제로 남측에 당국 간 회담을 공식 제의하는 것이 순서다. 아울러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 간 대화에도 적극 나서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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