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고나면 터지는 공직비리, 부패척결 무색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9일 03시 00분


검찰 수사관 2명이 조직폭력배 행세를 하는 사업가로부터 지난 2년간 60여 차례에 걸쳐 1억4000만 원어치의 술 접대를 받아 검찰이 업무 관련성에 대한 감찰조사를 벌이고 있다. 충남 논산시의 7급 공무원은 2년에 걸쳐 41억여 원의 예산을 횡령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국세청의 국장급 간부는 부인이 운영하는 갤러리의 미술품을 세무조사 대상 기업들로 하여금 비싸게 사도록 한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의 6급 공무원은 환경영향평가 업체에 각종 편의를 봐준 대가로 36차례의 골프 접대와 뇌물을 받은 것이 적발됐다. 어제와 그제 이틀 사이에 새로 불거진 공무원 비리들이다.

요즘 들어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사건이 자고나면 터져 나오다시피 한다. 검찰이 작년 3월부터 올해 9월까지 국가 예산과 각종 보조금, 기금 등을 빼돌린 혐의로 적발한 공무원은 696명이며 횡령 금액만도 1000억 원에 이른다. 그중에는 장애인수당 26억 원을 착복한 공무원과 군량미 3550가마(2억7000만 원어치)를 빼돌려 시중에 내다판 육군 원사도 있다. 얼마 전에는 세무공무원들이 신용카드 위장 가맹업체의 범죄행위를 눈감아주고 금품을 받아오다 적발됐다. 청와대 행정관들의 비리나 비위 사건도 심심치 않게 터진다. 정부가 강력한 의지로 공직사회 구석구석의 음습한 곳을 샅샅이 파헤치다 보니 ‘곰팡이’가 드러나는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그렇게 봐주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공직자 부정부패 척결은 이명박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12번째를 차지한다. 이 대통령은 8·15경축사를 비롯해 기회 있을 때마다 “공직사회의 부정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그제 발표된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가 보여주듯이 나아지는 기미가 없다.

정부는 대형 비리 사건이 터지면 감찰 팀을 꾸려 단속에 나서는 요란을 떨지만 대개가 일회성으로 끝난다. 공금을 횡령·유용하거나 금품·향응을 받은 공무원은 징계나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해당 금액의 5배까지 물게 하고, 뇌물횡령죄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공무원은 퇴출시키는 내용의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이 마련됐지만 국회에서 5개월 넘게 낮잠을 자고 있다. 뇌물수수 공무원의 기소 비율은 40% 정도에 불과하다. 비리가 드러나도 고발을 회피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거듭 다짐한 ‘공직사회 비리 척결’이 공허하게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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