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우경임]예산 벽에 부닥친 ‘노인요양서비스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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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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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이용자의 보호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 결과를 소개한다. 6월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 응답자의 40.2%가 ‘장기요양서비스 이용 후 건강이 좋아졌다’고 답했다. ‘가족들이 심리적 부담을 덜었다’는 응답은 무려 91.7%였다. 그동안 노인 돌봄이 ‘사회 복지’ 차원이 아니라 ‘가족 복지’에만 맡겨졌던 탓에 가족 구성원의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장기요양서비스는 고령이나 치매·중풍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수발을 돕는 서비스다. 요양시설을 이용하거나 요양보호사의 방문 서비스를 받는 비용의 80∼85%를 장기요양보험 재정으로 충당한다. 정부는 혼자 거동이 불편한 1∼3등급 중증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도입하고 2010년부터 수혜 대상자를 4등급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약속은 지켜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가 남아 있지만 내년 정부 예산안에는 관련 예산이 한 푼도 잡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제도 시행 이후 대상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다.

4등급까지 요양서비스 대상자를 확대하면 추가로 467억 원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389억 원은 요양보험료에서 충당한다. 나머지 78억 원만 국고에서 지원하면 되는데 이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하다. 장기요양보험료는 전 국민이 내는데 수급자는 소수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올해 9월 기준으로 장기요양보험 서비스 혜택을 받는 국민은 27만6877명으로 전체 노인 인구의 5.33%에 불과하다. 4등급까지 대상자를 확대한다고 해도 혜택을 받는 노인은 1만9996명이 늘어날 뿐이다.

반면 경증 치매와 중풍을 포함해 실제 요양서비스가 필요한 노인은 6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4등급까지 요양서비스를 확대할 경우 등급에 포함되지 못한 노인들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상황이 이러니 뭇매를 피하기 위해 정부가 당초 계획을 수정해 ‘백지화’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온종일 노인 간병에 매달려야 했던 자식들이 장기요양서비스가 도입된 후 다시 일터를 찾았다. 간병과 간호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최소 10만 개 이상 일자리가 창출됐고, 노동시장에서 배제되기 쉬운 여성과 고령층 일자리도 늘었다.

요양서비스 확대를 포기한 것은 4등급 노인뿐 아니라 일자리를 찾는 이들에게도 아쉬운 소식이다. 정부의 세심한 배려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우경임 교육복지부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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