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성동규]지상파 재전송 논란 시청자 먼저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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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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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를 둘러싼 저작권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계속 제기되고 있다. 1000만 명 이상의 흥행을 기록한 영화 ‘해운대’의 동영상이 불법 유출되어 제작사에서 경찰에 고발하는 사태가 일어났고, 5세 어린이가 가수 손담비의 노래 ‘미쳤어’를 따라 부르는 손수제작물(UCC)이 저작권법 위반을 이유로 인터넷 포털상에서 삭제되자 이를 저작권 침해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며 해당 UCC의 제작자가 포털사이트와 음악저작권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지상파 방송사가 케이블TV 방송사를 상대로 지상파 방송의 동시 재전송을 저작권법 위반이라며 민·형사 고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는 그동안 케이블TV 방송사가 저작권료 지급 없이 지상파 방송을 무단으로 가입자에게 송신했으므로 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케이블TV 방송사는 지상파 방송을 동시 재전송한 것은 난시청으로 정상적인 지상파 방송이 불가능한 시청자가 좋은 화질을 보도록 가입자에게 무료로 제공한 서비스인데 지상파의 공익 공공적 기능과 무료 보편적 서비스 성격에 비춰 볼 때 저작권 침해라는 주장은 적절치 않다고 반발한다. 오히려 1500만 가입자에게 케이블TV 방송을 통해 지상파TV의 프로그램을 방송함으로써 사회적 영향력이 높아지고 많은 광고 수입을 올린다고 생각한다. 양측은 각자의 논리로 팽팽히 맞서고 있어 사법부로서는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이 쟁점에서 양쪽이 모두 놓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고객인 시청자다. 저작권법을 적용할 경우 과연 시청자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갈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시청자에게 또 다른 경제적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이번 사안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판결하면 케이블TV 방송사는 지상파 방송사에 별도의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이 비용은 수신료 인상 등 시청자의 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케이블TV 방송사가 지상파를 대신하여 우리나라의 난시청 문제 해소에 기여한 점은 분명하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유료 방송에 가입하는 이유 중 지상파 방송을 잘 보기 위함이 40∼50%라는 결과는 난시청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또 지상파 방송사 및 정부가 난시청 해소 문제를 상당 부분 케이블TV 방송사에 의존했음을 입증한다. 난시청을 해소하여 국민의 볼 권리를 보장하는 일은 저작권법 침해 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훨씬 중요하다. 따라서 케이블TV 방송사의 공헌을 참작하여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당장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문제는 일단 유보하고 사회 구성원의 논의와 합의를 거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케이블TV 방송사는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의 전송을 중단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지상파 시청을 위해 유선방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전국의 케이블TV 가입자는 대부분 이 문제의 타협점을 찾을 때까지 지상파 방송을 시청할 수 없게 되거나 현재의 케이블TV보다 비싼 다른 유료 방송에 가입해야 하는 전국적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정당한 지적재산권의 행사는 당연히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지만 저작권법 위반 여부에 관한 기교적인 논쟁보다는 국민적 피해와 사회적 파장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시청자 주권이야말로 방송정책의 최우선 고려사항임을 기억하면 이 문제의 해법은 쉽게 나온다.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 방송사, 양쪽의 이해타산보다 국민의 편익을 더 중시하기 바란다.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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