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막중]지자체 통합, 문제는 시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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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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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 자율통합 대상으로 수원-화성-오산, 성남-하남-광주, 안양-군포-의왕, 청주-청원, 창원-마산-진해, 진주-산청의 6개 권역이 선정됐다. 이들 지역은 앞으로 지방의회 의결이나 주민투표를 거쳐 통합 의사가 최종 확인되면 내년 7월 1일 통합시로 출범한다.

‘재정+토지’식의 상승효과 있어야

현재 진행 중인 지자체 통합에 대해 각론 차원에서는 중앙정부 주도의 절차적 문제점이나 기초생활권 행정서비스 약화 등의 우려가 제기되지만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총론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교통과 통신의 비약적인 발달로 생활권이 시군 경계를 넘어 광역화되는 추세에서 행정구역이 달라 발생하는 주민생활의 불편을 해소하고 지자체 간 중복적 시설 투자와 인력 배치에 따른 행정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눈을 더 크게 뜨고 미래를 내다보면 지자체 통합의 중요성은 지방의 경쟁력 제고에 있다. 지역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 되는 세계화 지방화 시대에 지역의 발전은 중앙집권형이 아니라 지방분권형의 내생적(內生的) 자생적(自生的) 방식으로 이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역 스스로 고유의 특성과 자원에 기초하여 주체적으로 지역발전을 주도하도록 권한과 재원을 지방에 이양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자체의 규모가 작으면 분권에 한계가 있으며 분권의 효력을 담보할 수 있는 지방의 자원, 특히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 지자체 간에 ‘도토리 키 재기’식 경쟁을 하기보다 상호 비교우위의 자원을 한데 모아 힘을 합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의 재정 여력이 있는 지자체와 가용 토지가 풍부한 지자체가 합치면 기업을 유치하기가 훨씬 쉽고 이에 따른 고용창출과 세수증대의 효과를 공유할 수 있다. 제조업 중심의 생산도시와 상업 중심의 소비도시, 그리고 관광자원이 풍부한 주변 지역이 한데 뭉치면 경기변동에 민감하지 않게 지역경제를 다각화할 수 있다. 직장이 몰려 있는 중심도시와 주변 주거도시를 합치면 광역적 자족성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년에 신설될 예정인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를 함께 모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행정구역 통합은 현재 논의되는 시군구의 기초자치단체 차원을 넘어 광역시와 도(道)의 광역자치단체 간 통합으로 발전돼야 한다. 지금과 같이 중심도시(광역시)가 없거나 배후지역(도)이 없는 불균형한 행정구역을 갖고서는 세계적 추세인 거대 도시-지역(Mega City-Region) 간 경쟁에서 생존할 수 없다. 이미 정부에서도 광역시나 도를 묶는 광역경제권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지방정치 역학에 의해 인위적으로 분리됐던 광역시와 도를 원상으로 회복시켜 지역발전을 선도할 힘을 실어줘야 한다.

거점 대도시 많으면 균형발전 도움


광역자치단체 간 통합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부산 대구 광주 등 지방의 거점 대도시를 육성하기 위해서다. 우리 사회의 오랜 숙원인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먼저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해 비수도권 발전을 견인토록 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며칠 전 정부는 전국의 고속철도(KTX) 역세권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지방 대도시가 고속철도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경제활동을 집약하는 허브(hub) 기능을 수행하면서 주변의 여러 도시를 연계토록 하는 KTX 경제권 개념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EU) 국가 간에도 경제통합을 넘어 정치통합이 이뤄지는 시대에 KTX로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 될 만큼 좁은 국토에서 더는 소(小) 지역이기주의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이번 지자체의 자율통합 시도가 모범적인 선례를 남기기 바란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도시계획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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