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몽룡]‘3차원 입체TV·방송’ 우리가 세계표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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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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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게 느껴졌던 3D 방송이 우리 눈앞에 다가왔다. 3D 방송이란 인간의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이 각각 다르게 보도록 영상을 겹침으로써 어느 부분은 튀어나오거나 어느 부분은 들어가는 듯이 만드는 방송을 말한다. 3D 방송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렌즈가 두 개 있는 카메라가 필요하다. 현재까지는 3D를 보기 위한 별도의 안경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의 고화질(HD) TV에 칩을 넣으면 안경 없이 볼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됐다고 한다.

조만간 우리는 거실에서 평면화면인 HD TV를 보다가 리모컨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물체가 화면 밖으로 툭툭 튀어 나오는 3D TV의 세상을 경험할 것이다. 보는 방향과 거리에 따라 입체감이 다르고 오래 보면 눈이 어지럽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지금의 기술 개발 속도로는 이런 약점도 능히 해결할 것이다.

3D TV에 이어 냄새와 진동을 느끼는 4D, 나아가 촉감까지 느끼는 5D까지 나온다 하니 눈이 팽팽 돌아간다. 방통위에 따르면 3D 디스플레이(TV 게임기 휴대전화 등)의 세계시장은 2012년 277억 달러로 급성장하고 국내 서비스와 기기시장도 2015년 이후 7조 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3D는 생생한 입체감과 집중력 때문에 영화와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교육 오락 의료 분야로까지 영역을 무한대로 확대하고 있다.

선두주자인 일본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위성망을 이용해 양안식 3D 방송을 시범 중계했다. 2007년부터는 위성방송 채널 BS11에서 하루에 1시간 이상 3D 프로그램을 내보내는데 소니와 파나소닉이 3D TV를 출시했다. LCD와 LED 시장에서 한국에 뒤진 일본이 3D로 세계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속셈이 깔려 있다.

영국은 위성방송 BskyB가 지난해 시험방송을 한 데 이어 2012년 런던 올림픽을 3D 방송으로 중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방송뿐만이 아니다. 올해 칸 영화제는 최초로 3D 애니메이션 ‘업’을 개막작으로 선정해 일반 영화 상영보다 120%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영화 ‘타이타닉’의 감독 제임스 캐머런이 연출한 3D 영화 ‘아바타’는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국내 사정을 보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40%가 3D 방송을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소비자는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지만 3D 상용화는 한참 뒤떨어져 있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부터 시험방송을 한다는 방침이지만 제작 송출 시청에 이르는 단계별로 정부의 지원이 충분하지 못하다. 콘텐츠도 애니메이션 위주이다. 정부의 지원 예산이 당초 6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삭감됐다는 국회의 지적도 나왔다.

경쟁국에 비해 뒤처져 있는 현실이지만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 스카이라이프가 최근 열린 한국전자전에서 3D 방송을 실시간으로 송출한 데 이어 내년 1월 1일부터 정기적인 시험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3D TV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정부도 위성방송과 케이블 TV를 중심으로 3D 방송 지원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3D TV 시장은 다가올 세계 가전 및 미디어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HD를 넘어 초고화질(UD) TV로 향하던 세계시장이 최근 3D TV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이다. 3D TV의 표준화와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할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소니를 제치고 세계 TV시장을 석권했듯이, 우리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가 이동방송 분야의 세계 표준이 됐듯이 3D 방송을 집중 육성해 일본과 유럽을 제치고 또 하나의 세계표준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정보기술(IT) 강국의 저력과 남을 앞서는 능력이 있다.

이몽룡 한국디지털위성방송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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