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창혁]대한민국은 섬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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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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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와 4대강 논란을 지켜보면서 나는 육당(六堂) 최남선의 절규를 떠올리곤 한다.

“우리 국민이 바다를 잃은 뒤로 편협하고 옹졸해졌으며, 가난해지고 당파싸움이 심해졌다. 이 나라를 세울 자 누구이냐. 바다 위에 이 나라를 세우는 자일 것이다.” 세 번이나 무역협회 회장을 지낸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은 이렇게 해석한다. “우리나라는 결코 대륙국이 아니고 해양국이며, 우리의 역사도 바다로 나아갔을 때 번창했고 내륙으로 쏠릴 때 쇠퇴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말이다”라고.

앨프리드 머핸의 ‘해양세력론(Sea Power Theory)’이나 몇 해 전 중국 대륙을 들뜨게 한 ‘대국굴기(大國굴起)’는 말 그대로 강대국에나 해당하는 얘기니 접어두자. 하지만 우리 역사만 봐도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인이 7세기까지 활발한 해상활동을 벌여 일본의 야요이, 아스카 문화를 낳았다. 9세기 장보고는 당(唐), 신라, 일본 간의 국제무역에 더해 아라비아 중계무역까지 주도했고, 고려 건국의 주역도 해상세력이었다. 그러나 고려는 점점 내륙에 안주하기 시작했고, 조선은 급기야 바다로 나가지 못하게 한 명(明)의 ‘해금(海禁)정책’을 답습한 데 이어 ‘공도(空島)정책’까지 만들었다. 섬에도 사람이 살지 못하게 한 것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로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부강(富强)하다는 20세기 말∼21세기 초의 대한민국을 이끈 힘도 조선업이었다. 10년 동안 지켜오던 조선업 세계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주게 됐다지만(동아일보 7일자 A1면), 대국적으로 볼 때 그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예상됐던 일이고, 조선(造船)의 질에 있어서는 아직 우리가 우위에 있다. 또 영원한 1등은 없는 법이다. 1890년대 조선 분야에서 영국의 점유율은 무려 세계의 80%였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11년째인 1956년 일본은 영국을 제치고 세계 제1의 조선국이 된다. 2000년 우리가 그 일본을 제쳤고….

그보다는 해양에 대한 무지(無知), 우리의 해양 캐릭터에 대한 몰이해가 더 큰 걱정이다. 지난달 11일 최초의 한국판 요트 세계일주에 나선 윤태근 씨가 우리 남, 서, 동해 연안의 요트 뱃길 지도를 만든 게 2004년이었다. 비록 항해기(航海記) 수준이지만 그 이전엔 그 정도의 안내서도 없었다. 세계 최고, 최대의 선박을 만드는 나라가 정작 자기 앞바다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긴 말이 필요 없다. 교보문고 해양·조선 코너에 가보면 우리의 무지가 어느 정도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쇄빙선 ‘아라온’의 취역을 눈물겹게 바라보면서도 ‘전 세계 모든 바다를 누빈다’는 그 명(名)과 우리의 실(實)을 자꾸만 대조해보게 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대한민국은 섬나라다! 북쪽은 막혀 있고, 나갈 수 있는 곳은 모두 바다니 섬나라 아닌가? 하지만 ‘섬나라=일본’이라는 뿌리 깊은 의식의 영향 탓인지 우리는 우리의 해양 캐릭터를 부정한다. 부정은 또 무지를 낳고….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주제로 내세운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장 본 공사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고, 민자유치 역시 만만치 않다는 뉴스까지 접하니 더욱 그런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대한민국이 섬나라인지 아닌지를 놓고 논란이라도 벌이면 좀 달라질까? 세종시나 4대강의 반에 반만큼이라도.

김창혁 교육복지부장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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