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토머스 프리드먼]아프간 스스로 변하지 않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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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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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고도로 긴장해야 할 때다. 더 많은 걸 바라지 말고 어떻게 하면 미국의 흔적과 미국이 세운 목표를 책임 있게 줄일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미국은 제대로 된 아프간 건설을 원하지만 아프간과 북대서양조약기구, 미국 내부 어디에도 협력 파트너가 없다. 미국엔 이에 필요한 재정이나 이해관계도 없다.

내가 이런 주장을 하는 데는 세 가지 원칙 때문이다. 첫째, 중동 분쟁은 진전의 순간마다 미국과는 무관했다. 미국은 거들었지만 돌파구는 찾아내지 못했다. 미국의 기대가 지나칠 때마다 당사자들은 지쳤고 미국은 실패했다.

유명한 성공사례인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의 캠프데이비드 평화협정의 주역은 알려진 대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아니라 안와르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이었다. 그는 1977년 이스라엘을 방문해 메나햄 베긴 이스라엘 수상과 양국간 역사적인 평화협정을 이끌어냈다. 이들의 합의는 미국이 주도한 제네바 중동평화협상의 틀과는 거리가 있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오슬로 평화협정은 1992∼1993년 아메드 쿠레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의장과 이스라엘의 야이르 허시펠트 교수 간에 이뤄진 비밀회담 덕이었다. 1993년 여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합의안을 워싱턴에 알려 놀라게 했다. 미군의 이라크 증파는 군사적으로 성공작이었다. 하지만 이는 수니파 지도자 압둘 사타르 아부 리샤가 수니파 지역을 점령한 알 카에다 악당들을 몰아낸 뒤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기에 메시지가 있다. 외교 전문가인 존스홉킨스대 마이클 만델바움 석좌교수는 “그들이 스스로 변해야 한다고 느낄 때 변하지, 우리가 요구한다고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들이 스스로 미래를 책임지려 할 때 미국도 승리한다. 그들은 책임지려 하지 않는데 미국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면 미국은 패배한다. 이것이 내가 아는 오늘의 아프간이다. 분쟁을 멈추려는 그들의 노력이 없을 때 미국은 애걸하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 그들 스스로 극단적 행동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게 하자. 그래야만 변화가 온다.

아프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면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중동에선 매일 큰 사건들이 터진다. 여기 두 번째 원칙이 있다. 끈기를 갖자. 아프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든 다음 날 아침, 탈레반은 축하하고 파키스탄은 떨고 빈 라덴은 환호할 것이다. 그 다음 날 아침, 탈레반 파벌들은 전투를 재개하고, 파키스탄군은 탈레반을 무찌르거나 패배할 것이고, 아프간 군벌들은 쟁탈전을 벌일 것이고, 빈 라덴이 동굴에서 나온다면 폭격을 받을 것이다.

마지막 원칙은 강하고 건강하며 자신감 있는 미국이 세계를 하나로 묶고 좀 더 점잖은 세계로 이끈다는 사실이다. 나약한 미국은 세계에 재앙이다. 중국과 러시아, 알 카에다는 모두 미국이 아프간에서 오랫동안 피를 흘리기를 바란다.

미군은 아프간에 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세우려 하지만 그건 짧게 잡아도 20년이 걸린다. 최소 비용으로 최고의 안전을 보장하는 전략을 고수하자. 미국엔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할 때와 같은 여력이 없다. 영리해지자. 이라크에서 끝내고 다른 곳엔 개입하지 말자. 이라크의 성과는 이슬람 전체를 긍정적으로 바꿀 것이다.

물론 아프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면 새로운 위협이 생길 수 있지만 영향력을 확대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미국이 문제 해결을 위해 애걸복걸하느니 그들 스스로 해결하도록 냉정하고도 자신감 있는 태도를 유지하는 게 맞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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