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홍규덕]아프간 파병, 국민통합 기회로

  • Array
  • 입력 2009년 10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관해 구체적인 방침을 밝혔다. 파병 가능성을 놓고 무성한 추측이 오고 갔지만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결정한 최종안에 따르면 지방재건팀(PRT)으로 활동할 민간인 135명을 중심으로 300여 명 규모의 군 보호 병력을 파병하여 이들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내용이다.

정부가 의사를 명확하게 밝힌 이상 아프간 파병에 관한 국민의 관심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파병 시기와 규모, 장소와 역할을 놓고 다양한 견해가 제시될 것이다. 이런 내용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혹시라도 국민의 반대가 심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할 것이다. 2007년 선교단 일부가 탈레반에 희생당하면서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수많은 시민사회단체가 파병 반대를 위한 집단행동에 참여했던 기억이 새롭기 때문이다.

이번 파병은 새로운 관점에서 봐야 한다. 2010년을 바라보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국제질서의 재편과정을 직시하고 국가대계를 위한 전략적 선택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의 선택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일이라면 아프간 파병은 적어도 세 가지 과제를 제시할 것이다.

첫째, 고통 받는 지구촌 이웃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미국식 민주주의의 확산이 한계에 봉착한 이상 한국식 접근방법이 대안이 될지 시험해 보는 일은 의미 있는 도전이다. 둘째, 국제사회의 기대와 평가는 우리 스스로가 생각하는 위치나 역량과 현격한 차이가 있다. 간극을 좁히는 일은 선진사회 진입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된다. 주변 강대국에 대한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우리를 희망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웃을 위해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셋째, 북한의 위협이 워낙 중차대하다 보니 한반도 역외지역 문제는 그야말로 부차적인 관심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우리의 시야와 지평을 넓히는 결정적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국력평가 연구로 유명한 레이 클라인 박사는 선진국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희생을 감내할 수 있는 역량’을 제시한 바 있다. 위험을 피하려는 노력보다 고귀한 희생을 국민통합의 기회로 전환하는 능력이야말로 선진사회를 결정하는 핵심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를 포함한 대부분의 파병국가는 국내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용기 있는 선택을 해왔다.

아프간의 안정화와 재건의 추세는 민과 군이 함께 노력해야 하는 문제다. 지난 7년간 아프간 재건 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군사적 수단만으로는 절대 상황을 호전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주민을 보호하고 생계수단을 확보하며 소득증대를 위한 제반 지원을 해야 하기에 창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새마을운동으로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의 참여가 특별히 요구되는 이유이다.

정부는 왜 우리가 현 시점에서 파병을 해야 하는지 대(對)국민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줄지에 관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시민사회와 국회는 물론이고 개발 분야의 전문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번 파병은 장차 북한 재건에 소중한 경험이 되도록 운영해야 하며, 성숙한 세계국가로 발돋움하는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 의미 있는 도전을 성사시키려면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하고, 정치적 대결이나 소모적 논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임무수행이나 안전 측면에서 최적의 인원인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파병인원이 적어야 국민적 합의를 구하기 쉽다는 생각은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자초할 수 있다. 생색내기용 참여가 아닌 성공적 임무 완수가 핵심 목표가 돼야 한다.

홍규덕 숙명여대 사회과학대학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