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보선 2 대 3, 민심은 맵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9일 03시 00분


어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은 경남 양산과 강원 강릉 2곳에서 이기고 민주당은 경기 수원 장안과 안산 상록을,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 3곳에서 승리했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27곳에서 국회의원 재·보선이 실시됐지만 집권 여당이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나라당이 2곳에서 승리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국정을 책임진 집권 여당으로서 패배 쪽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50%를 넘나드는 대통령의 지지도나 민주당에 비해 안정적 우위를 보이는 한나라당의 지지도로 본다면 최대 4곳에서 승리가 가능했다. 재·보선이 여당에 대한 국민의 견제 심리가 발동하는 선거라고는 하지만 2 대 3의 결과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한나라당의 패배다. 당초 민주당 의원 지역구였던 충북은 제외하더라도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의원 지역구였던 수도권 2곳에서 모두 진 것은 현 정권이 정치 소비자의 적극적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당 대표까지 지낸 박희태 한나라당 후보가 양산에서 정치 신인에게 고전한 것도 예상 밖의 결과였다.

일차적으로 공천 실패의 탓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만큼 한나라당이 민심을 읽는 데 둔하다는 의미이고 아직도 ‘공급자 논리’에 사로잡힌 ‘그들만의 정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유권자 눈에는 비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민심의 매운맛을 톡톡히 본 셈이다.

재·보선을 앞두고 불거진 세종시와 4대강 논란, 노동 관련 문제 등도 선거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정부와 여당 내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박근혜 전 대표의 ‘원안+알파’ 발언까지 겹치면서 자중지란의 양상을 보였다. 중대한 국사(國事)를 놓고 혼선이 빚어진다는 것은 국민에게 정권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을 심어줄 만하다. 정부와 여당이 각별히 유념해야 할 교훈이다.

민주당이 이번 재·보선 결과를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치다. 당락을 떠나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점을 통찰한다면 여야 모두 재·보선 행태를 반성해야 한다. 여야는 마치 당의 명운을 걸기라도 한 듯 중앙당 차원에서 개입했다. 그러다 보니 지역 선거가 온통 정쟁(政爭)으로 덧칠됐다. 선거 지원을 위해 국정감사 같은 중요한 의정활동을 팽개치다시피 했다.

선거 횟수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소모적 정치 양상으로 흐르는 재·보선의 방식을 합리적이고 실용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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