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두 달 전 “내 임기 말쯤 가면 상당한 대학이 거의 100%에 가까운 입학사정관제로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학들이 정부의 지원금을 따내기 위해 철저한 준비 없이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한다는 교육계 안팎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를 밀어붙이는 분위기다. 2010학년도 입시에서는 47개 대학이 전년(4555명)의 4.3배인 1만9800명의 신입생을 입학사정관제로 뽑는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은 전년보다 2배도 안되는 360명으로 늘어났을 뿐이다.
학교현장의 불신과 불안은 상당하다. 한나라당 김세연 의원이 교과부에 의뢰해 전국 고교생 5218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지원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8.9%에 불과했다. 교사 1472명 중 입학사정관제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50.9%나 됐다. 그런데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배용 회장(이화여대 총장)은 “입학사정관의 평가 결과에 불복하는 학생이 나오더라도 사정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해 불안을 가중시켰다. 이 회장은 “평가 결과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신뢰의 정서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대학입시의 ‘약자’인 학생 학부모들에게 ‘무조건 승복’을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 스탠퍼드대 입학처의 미셸 하시모토 부처장은 “대학이 중시하는 평가 요소와 기준을 지원자들에게 확실히 전달해 입학사정관제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입학사정관제가 정착되면 한국적 고질병인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신뢰와 공정성을 잃으면 입학사정관제뿐 아니라 대학의 명예까지 흔들리게 된다. 정부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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