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정은]유럽기자들이 체험한 ‘한국의 재발견’

  • 입력 2009년 9월 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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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루마니아에 가면 뜻밖에도 매일 아침 ‘라디오 루마니아’가 방송하는 ‘한국의 발견’을 들을 수 있다. 이 방송사는 또 이번 주부터 매일 오후 ‘한국의 해법’이라는 코너를, 매주 토요일에는 ‘한국에서의 5분’이라는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이들 코너가 내보내는 한국 관련 내용은 현지 신문이나 ‘루마니아 포린폴리시’ 등 전문지에도 자주 실린다.

루마니아뿐 아니다. 최근 룩셈부르크와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의 언론에는 한국 관련 기사가 적잖이 실리고 있다. 평소 한국 관련 기사를 거의 다루지 않는 유럽 매체로서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는 한국언론재단 초청으로 지난달 말까지 2주간 한국을 방문한 유럽 기자들이 보고 들은 바를 줄줄이 기사화한 결과다. 올해 2년째를 맞는 ‘한-유럽연합(EU) 언론인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들은 방한기간 내내 “한국이 이런 나라인 줄 전혀 몰랐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들은 생전 처음 접하는 매운 갈치조림이나 고추장 해물떡찜 같은 음식을 그릇 밑바닥까지 싹싹 비우며 “하늘과 땅, 음양이 조화된 맛”이라는 찬사를 쏟아냈다.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삼성전자 네이버 등 기업 탐방에서도 “매우 인상적”이라며 취재에 열을 올렸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의 진면목은 호텔 욕실에까지 설치된 TV 모니터에서 발견했다”며 너스레를 떠는 기자도 있었다.

이탈리아의 마리아 라우라 기자(여)는 68세의 고령에도 9시간 동안 북악산을 오르며 구석구석 체험했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을 인터뷰할 때 추천받은 코스에 도전하고 싶다”며 자청한 주말 일정이었다. 옛 동유럽권 국가인 폴란드의 도미니카 츠크졸코스카모스시카 기자(32·여)는 통일을 소재로 한 대학생들과의 대화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등 모두가 한국을 경험하기에 적극적이었다.

이들은 “유럽 언론이 지금까지 다룬 한반도 관련 기사는 김정일이나 북핵 등 부정적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남한의 경제발전 이슈가 다뤄질 때도 유럽의 자동차산업을 위협하는 부정적 존재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내년에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한국과 유럽은 더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EU 헌법으로 불리는 ‘리스본 조약’이 최종 통과되면 유럽의 글로벌 영향력도 더 커질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 유럽인은 아직도 한국을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앞으로는 한국 기사를 더 많이 써야겠다”는 유럽 기자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해외에 한국을 알리기 위한 국가 차원의 홍보 필요성이 절실히 와 닿았다.

이정은 국제부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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